김은하기자
청년층의 첫 직장이 더 이상 안정적인 사회 진입의 발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근로 조건, 직무 불일치가 겹치면서 청년 노동시장의 초입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청년층 첫 일자리와 일자리 미스매치 분석' 보고서는 청년들의 노동 현실을 수치로 구체화했다.
지난 6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강남구 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확인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층(15~29세)의 첫 직장 월평균 임금이 200만원 미만인 비율은 68%로 나타났다. 근로 시간은 전 연령 평균 대비 94.9% 수준으로 큰 차이가 없지만, 임금 총액은 평균의 69.6% 수준에 머물러 실질적인 보상 격차가 존재했다. 첫 일자리가 생계유지에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노동시장 적응'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고용 형태 역시 점차 불안정해지고 있다. 청년층 첫 직장 가운데 계약직 비율은 2020년 33.0%에서 지난해 37.5%로 상승했다. 시간제 일자리도 21.0%에서 25.0%로 확대됐다. 첫 직장이 안정적 근무처가 아닌 잠시 머무르는 '임시 거처'로 변질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청년들이 첫 직장을 그만둔 이유 중 46.4%는 근로 조건 불만(임금·근로시간 등) 때문이며, 계약 만료는 15.5%로 뒤를 이었다.
일자리와 희망 조건의 불일치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지난해 '지역·임금·직종 세 가지 조건 모두가 만족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14.9%로, 2022년 11.4%, 2023년 13.2%에서 꾸준히 상승했다.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은 7.9%로 감소했다. 청년 상당수는 처음부터 적합하지 않은 자리에서 근무하며, 이러한 불일치가 누적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남성 청년의 불일치 비율이 여성보다 높았다. 실제 임금은 남성이 높지만 희망 임금 역시 높아 기대와 현실의 차이가 크고, 이는 조기 퇴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불안정한 첫 직장은 청년들을 노동시장 외부로 내몰고 있다. 올해 10월 기준 15~29세 남성 실업자 11만6000명 가운데 취업 경험이 없는 인원은 2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9000명 증가했다. 이들 중 32.3%는 공무원 시험 등 시험 준비를 선택했으며, 특히 25~29세에서는 41.8%가 시험 준비를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