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채석기자
국내 30대 그룹 재무건전성이 1년 새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LS, 한화, 카카오 등은 부채비율 상승 폭이 컸다. 다만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두 배가량 늘었다. 대내외 경영 악조건 속에서도 미래 투자를 늘린 것이다.
27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자산 상위 30대 그룹 계열사 상반기 보고서를 낸 301개 기업 재무건전성을 분석한 결과 상반기 부채총액은 3704조967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3293조1889억원)보다 411조7783억원 늘었다. 이 기간 부채비율도 171.7%에서 179.3%로 7.6%포인트 올랐다.
기업이 단기적으로 부채를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유동비율도 나빠졌다. 30대 그룹 유동자산은 지난해 1341조1302억원에서 올해 1416조7294억원으로 75조5992억원 늘었다. 1년 이내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는 102조3900억원(955조6979억→1058조879억원)으로 증가 폭이 더 컸다. 유동비율은 140.3%에서 6.4%포인트 낮아진 133.9%였다. 유동비율이 200% 미만인 그룹은 30대 그룹 중 21개였다.
30대 그룹 중 금융사 제외 부채비율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LS다. 부채는 지난해 상반기 25조4141억원에서 1년 새 19조5687억원이 늘어 44조9828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부채비율도 194.6%에서 280.8%로 86.2%포인트 올랐다. LS 계열사 중 LS네트웍스 부채비율이 130.2%에서 939.7%로, E1도 171.1%에서 529.8%로 올랐다.
한화가 뒤를 이었다. 한화 부채총액은 222조4423억원에서 254조4673억원으로 32조250억 원 늘었다. 부채비율도 355.1%에서 403.4%로 48.3%포인트 올랐다.
카카오는 부채비율이 100% 미만인 70.7%였으나 1년 새 15.8%포인트 상승한 86.5%를 기록했다. 부채액은 약 1조원 증가했다.
부채비율이 낮아진 그룹은 셀트리온(46.5→20.6%), HD현대(186.8→178.9%), 두산(132.6%→125.5%) 등이다.
30대 그룹 유동성은 더욱 취약해졌다. 유동비율은 기업이 보유하는 지급능력을 의미한다. 클수록 재무유동성이 좋은 기업이다. 통상 유동비율 200% 이상이면 안정적으로 평가된다.
30대 그룹 중 올 상반기 기준 유동비율 200% 이상은 삼성, 영풍, HMM, 농협(비금융계열사) 등이었다. 나머지 26개 그룹은 200% 미만으로 나타났다.
유동비율이 가장 낮은 그룹은 신세계였다. 지난 상반기 대비 올해 4.8%포인트 증가했지만 여전히 73.0%에 머물렀다. 롯데(83.8%), CJ(85.3%), 하림(86.8%), 한진(89.3%), 한화(91.7%), 에쓰오일(97.1%) 등도 100%를 밑돌았다.
30대 그룹은 재무건전성이 나빠졌어도 미래 투자는 확대했다. 지난해 상반기 실적악화로 30대 그룹은 영업활동 현금흐름(84조5708억원)에서 투자활동 현금흐름(84조9948억원)을 뺀 잉여현금흐름이 -4239억원이었다. 벌어들인 돈과 비슷한 규모로 돈을 지출하며 소극적으로 투자한 것이다.
올 상반기엔 실적 개선으로 인해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29조142억원 증가한 113조5850억원이었다.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두 배 가까이 늘어난 168조9446억원으로 집계됐다. 잉여현금흐름은 ?55조3595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그만큼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미래 투자를 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