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없어서 아쉬워요'…'나 홀로 입학식' 참석한 신입생

저출산 속 학교 존폐 위기 현실화
인구 감소로 학교 위기 심화할 전망

극심한 저출산 흐름 속에 전국 곳곳에서 신입생이 단 한 명인 초등학교에서 '나 홀로 입학식'이 열렸다. 4일 오전 10시께 경북 군위군 부계초등학교 1학년 신입생 김려원(7) 학생만이 입학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이 학교 전교생은 40명에 불과하다. 학령인구 감소로 한 학년에 6~10명에 머물다가 올해 처음으로 신입생 한 명을 받게 됐다.

이날 김 양이 입학식장에 들어서자 언니 오빠들은 큰 박수로 신입생을 맞았다. 김 양의 학부모 김현태 씨는 "우리 애가 혼자 입학하게 돼 조금 걱정된다"며 "집이 바로 학교 옆이라 일단은 다니게 됐으나 아무래도 친구들과 있는 것이 낫다고 생각돼 다른 학교로 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 양은 "초등학교 입학을 한다고 해서 너무 설렜다"며 "친구가 없어서 아쉽지만, 언니 오빠들과 잘 놀며 학교생활을 잘하고 싶다"고 입학 소감을 밝혔다. 김 양은 앞으로 담임선생님과 단둘이 수업을 받는다. 대구의 복식수업 기준은 2개 반을 합해 학생이 5명 이하여야 한다. 1학년 담임을 맡게 된 34년 차 베테랑 김은미 교사 또한 단식수업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언급했다.

4일 오전 대구 군위군 부계초등학교에서 유일한 1학년 신입생 김려원(7) 양이 입학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김 교사는 "한명 뿐인 학생에게 가르침과 더불어 친구가 되어 주어야 하는 점이 걱정된다"면서도 "학교생활 하면서 학생이 누리고, 즐기고, 겪어야 할 일은 다 해볼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양은 자신의 이름이 적힌 라벨지를 만들고, 교실 물품을 둘러보는 등 학교생활 적응을 시작했다. 백정옥 교감은 "그동안 5~6명씩 입학했는데, 갑자기 한명이 되니까 '학급 자체가 없어지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된다"면서도 "신입생이 없는 학교도 있는데, 1학년 한명이라도 있는 것이 소중하다"고 밝혔다.

단식수업이 진행되는 1학년 교실 창가에는 같은 학교 학생들이 유일한 신입생을 보기 위해 학생 몇몇이 까치발을 들기도 했다. 신입생을 본 학생들은 "귀엽다", "이름이 려원이래", "빨리 같이 놀고 싶다" 등 혼자 입학한 동생을 챙기려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학교 6학년 정유원 양은 "뉴스에서만 보던 게 우리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면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려원이에게 찾아가서 인사하고, 점심시간에 놀이터에서 같이 놀며 잘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남 초등생 2만 3707명 일제 입학…25개 학교 신입생 0명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인구 감소로 인한 학교의 위기는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인구 감소로 인한 학교의 위기는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4일 경남도교육청은 도내 초등학교 1학년 2만 3707명이 일제히 입학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신입생이 0명인 학교는 도내 18개 시·군 중 진주, 사천, 거창을 제외한 15개 시·군에 고르게분포했다. 지역별로 의령·고성·합천 각 4곳, 창녕 2곳, 창원·통영·김해·밀양·거제·양산·함안·남해·하동·산청·함양 각 1곳 등 총 25곳이다.

경남도에서 최근 9년간 신입생이 없는 학교는 2016년 4개교, 2017년 10개교, 2018년 7개교, 2019년·2020년 9개교였다. 이후 2021년 13개교, 이듬해 11개교, 지난해는 18개교로 집계돼 갈수록 신입생이 없는 학교가 늘어가는 추세다. 신입생이 1명인 '나 홀로 입학식'을 연 학교는 22개교다. 지역별로 합천 4곳, 통영·산청 각 3곳, 밀양·고성·하동 각 2곳, 김해·의령·함안·창녕·함양·거창 각 1곳이다.

경남뿐 아니라 신입생이 단 한 명도 없어 입학식 자체를 열지 못한 초등학교도 전국적으로 150여 곳에 달한다. 폐교 위기에 놓인 학교들은 유치원을 돌며 홍보 전단을 뿌리고 있으며 각 시도 교육청도 학생 유치전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출생 인구 자체가 줄고 있기 때문에 각종 유인책으로 학생을 끌어들이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가운데, 각 학교는 줄어드는 학생들을 보며 학교 존폐를 걱정하는 상황이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이슈&트렌드팀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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