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미국에서 비행 중이던 알래스카항공의 보잉 737맥스 여객기에 큰 구멍이 뚫려 이륙 직후 비상 착륙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경상 외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6일(현지시간) AP·AFP통신과 미국 뉴욕타임스(NYT), CNN방송 등은 전날 오후 5시께 오리건주 포틀랜드 국제공항을 이륙한 알래스카 항공 1282편 보잉 737맥스 9 여객기가 이륙 직후 공중에서 동체 측면 일부가 뜯겨 회항 후 비상 착륙했다고 보도했다. 알래스카 항공도 성명을 내고 승객 171명과 승무원 6명 등 모두 177명을 태우고 있던 이 항공기가 포틀랜드 공항에 "안전하게 착륙했다"고 말했다.
이 여객기는 온타리오 국제공항을 향해 출발한 지 20분 만에 출발지로 되돌아왔다. 항공편 정보 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FlightAware)는 해당 여객기가 5일 오후 5시 7분에 포틀랜드 공항에서 온타리오 국제공항을 향해 출발했다가 6분 뒤 다시 포틀랜드 공항으로 기수를 돌려 5시 27분 착륙했다고 알렸다. 회항 전 고도는 1만6000피트(4876m)까지 상승했으며, 최고 시속은 440마일(708㎞)로 기록됐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해당 여객기의) 승무원들이 압력 문제를 보고한 뒤 안전하게 회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여객기는 공중에서 동체 측면 일부가 뜯겨 나가면서 큰 구멍이 뚫린 채로 돌아왔다.
해당 여객기에 탑승했던 카일 린커는 CNN에 "정말 갑작스러웠다. (비행) 고도에 도달하자마자 창문과 벽체가 터져나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승객 비 응우옌(22)은 "잠이 들었다가 큰 소리에 잠이 깨 눈을 떠보니 눈앞에 산소마스크가 보였다"며" 왼쪽을 보니 비행기 옆면 벽이 사라진 상태였다. 가장 먼저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응우옌의 친구인 엘리자베스 르(20)도 "아주 크게 '펑' 소리가 났다"며 "고개를 들어보니 2~3열 떨어진 비행기 벽체에 뚫린 구멍이 보였다"고 말했다.
구멍이 뚫린 바로 옆의 창가 좌석은 다행히 비어있었으나 가운데와 통로 쪽 좌석에 10대 소년과 그의 어머니가 앉아있었다. 동체에 구멍이 뚫리는 바람에 소년의 셔츠가 비행기 밖으로 날아갔으며, 곧바로 승무원들이 이들 모자를 반대편의 다른 좌석으로 안내했다고 승객들은 전했다.
비상 착륙 직후 구급대원들이 기내로 들어와 부상자를 파악했는데 구멍 바로 뒷줄에 앉았던 남성이 발을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승무원노조 알래스카항공 지부는 승무원 한 명도 경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해당 항공기는 지난해 11월 출고돼 인증받았으며 같은 달 11일 상업 운항을 시작해 지금까지 총 145차례 비행했다.
737맥스는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의 추락 사고로 346명의 사망자를 내 전 세계에서 20개월 동안 비행이 중단됐던 기종이다. FAA는 2019년 3월 해당 기종의 운항을 전면 금지했다가 2020년 11월 이를 해제했다. 또 지난달에는 한 국제 항공사가 정기 점검 도중 737 맥스의 방향타 시스템에서 나사가 빠지거나 느슨하게 결합한 사례를 발견해 제조사인 보잉이 전 세계 항공사에 검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알래스카항공은 자사 보유 항공기 가운데 이번 사고기와 같은 737맥스 기종 65대의 운항을 일시 중단하고 전수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보잉도 성명을 통해 "알래스카 항공 1282편 관련 사고를 인지하고 있다"며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려 노력 중이며 우리 기술팀에서 조사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래스카항공과 FAA,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