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호기자
한강 유람선이 강풍으로 다리에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한강 유람선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한강의 수상운행은 안전한 편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현재 추진중인 리버버스의 경우 많은 인원이 탄다는 점을 감안해 안전관리 인원 탑승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한강 아라호.
22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20일 빛강이 운영하는 '아라호'가 마포대교 교각과 부딪혀 총 16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들은 모두 거동이 가능한 수준이었지만, 4명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소방당국은 '아라호'가 강한 바람으로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자세한 원인을 파악중에 있다.
현재 한강에서 가장 많은 인원을 태우는 선박은 유람선이다. 현재 한강에서 유람선을 운영하는 곳은 서울 2곳, 김포 2곳 등이 있다. 이중 서울시가 관리하는 한강 유람선은 이크루즈가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이번에 사고가 난 '아라호'는 비정기적으로 운영중이다. 한강 유람선은 그간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졌지만, 인명피해는 없었다. 2016년에는 결빙한 한강에서 운영하던 유람선에 파공이 생기며 침몰했지만, 외국인 관광객 5명을 포함한 승객과 승무원 11명이 모두 구조됐다. 같은 해 장기 방치된 유람선이 침몰당하기도 했고, 2018년에는 강풍으로 유람선이 표류하기도 했지만 모두 인명피해는 없었다.
유람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것은 큰 인명피해를 냈던 2019년 헝가리 다뉴브강 참사 때문이다. 이 사고로 한국인 25명 등 총 27명이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다뉴브강 사고와 비교해 한강은 비교적 강폭이 넓고 배의 통행량이 많지 않아 수상 항해가 안전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박영수 한국해양대학교 항해융합학부 교수는 "한강 유람선은 속도도 빠르지 않고, 교각에는 완충재가 들어 있어서 큰 사고가 나지 않은 것"이라며 "선박 사고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배끼리의 충돌"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다뉴브강 사고의 경우 야경이 인기를 얻으면서 대형 크루즈들이 난립해, 한강의 3분의 1 강폭에 70여대의 배들이 한꺼번에 운항한 것이 문제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강에서 유일하게 정기적으로 유람선을 띄우는 이크루즈는 현재 100t 이상 선박 1척이 일 8회 운항하고 있다. 따라서 한강에 상시 떠 있는 배는 소형 요트 및 레저 보트를 제외하면 1척을 넘지 않는다.
안전과 관련한 문제도 한강 상황이 더 좋은 편이다. 유람선 승객의 구명조끼 착용은 법적 의무 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유선 및 도선 사업법(유람선법)’에 따라 유람선은 승선 정원의 120% 이상에 해당하는 구명조끼를 배치하고 있다. 안전관리는 서울시가 담당하고 있다. 한강 유람선의 경우 한 달에 한 번 미래한강본부가 안전점검을 나오고 익수자 구조 훈련을 시행한다. 또한 주 1회 수시검사와 연 2회 행정안전부의 검사도 병행하고 있다. 한강 상류인 팔당댐의 초당 방류량이 3000t 이상이거나, 안개·폭우 등으로 시계가 1km이내일 때는 여객선 운항이 전면 중단된다. 미래한강본부 관계자는 "팔당댐에서 방류한 물은 유람선 운행구간까지 도달하는데 6시간 이상이 걸린다"며 "대피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내년 9월 출범을 목표로 추진중인 리버버스도 비슷한 수준의 관리를 받을 전망이다. 미래한강본부와 운영사로 선정된 이크루즈는 리버버스를 최소 6척에서 최대 10척 정도를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출퇴근 시간대 15분 간격으로 운행하고, 리버버스의 운항시간이 30분 정도임을 감안하면 한강에 떠 있는 선박은 최대 4척이 넘지 않을 전망이다. 미래한강본부 관계자는 "리버버스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운영사와 다양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리버버스의 경우 유람선보다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리버버스는 최대 시속 50㎞이며, 통상 운항속도는 37㎞(20노트)다. 반면 한강 유람선은 18.5㎞(10노트) 정도로 운항하고 있다. 박 교수는 "선박의 크기가 커지고 속도가 빨라질수록 사고가 나면 피해가 커진다"며 "출퇴근 수송용인 점을 감안해 비용에 큰 문제가 없다면 선박당 안전관리 인원을 한명씩 태우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