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언론도 '정부가 불신 자초' 일제히 방류 강행 비판

진보·보수 막론 비판 논조 확산
지방선거 의식한 판단 분석도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지역 어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4일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강행하면서 그동안 정부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던 일본 언론들이 일제히 정부 방류 강행을 비판하는 논조의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어민 등 반대 여론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했으며, 현지의 불신을 초래한 것은 결국 정부 때문이라는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내달 후쿠시마를 비롯해 원전 피해를 입은 일본 동북 지역에서 지방선거가 개최되는 만큼, 선거 전에 방류를 서둘러야 한다는 정치적 압박이 작용하고 있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의 예상보다 오염수 방류가 더 오랫동안 이어져야 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조기 방류 강행이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24일 일본의 대표적인 보수 매체인 마이니치신문은 "정부는 후쿠시마에 또 다른 인종(忍從·참고 따름)을 강요하고 있으며 불합리하다"며 "말장난 같은 느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정부가 불성실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며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강행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여기서 ‘말장난’이란 일본 정부가 지난 2015년 8월 어민들의 동의 없이 오염수 방류를 하지 않겠다는 약조를 손바닥 뒤집듯 어기고 방류를 강행한 것을 비유한 표현이다. 후쿠시마 어업협동조합연합회·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에서는 정부에 방류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고, 그럼에도 일본 정부가 방류를 강행하자 전날 합동으로 후쿠시마 지방법원에 방류금지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진보 성향의 도쿄신문은 더욱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도쿄신문은 "기시다 총리는 아베 신조나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와 비교했을 때 가장 최악의 총리"라며 "기시다 총리는 히로시마 출신으로 비핵화를 주장한 인물이었지만, 후쿠시마에는 선을 긋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언론들의 날 선 비판에도 일본 정부가 방류를 강행하고 있는 이유는 당장 9월부터 치러질 후쿠시마현을 비롯한 동북지역 지방선거를 의식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는 "동일본대지진 피해 지역인 이와테, 미야기, 후쿠시마현 의회 선거가 9월부터 11월까지 열리기 때문에 방류를 가을로 미루면 선거에 불리해진다"며 "또한 계속 방류 날짜를 늦추면 중국 등 방류 반대 국가들이 자신들의 대응이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 더 거세게 반대할 것이라는 견해도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당장 오염수 방류를 강행해도 앞으로 방류가 수십 년 이상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섣부른 대응이 오히려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오염수 방류를 한다고 해도 앞으로 원전 내 폐로 제거 작업이 남아 있으며 극적으로 이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사고 원전에 남아 있는 대량의 연료를 꺼낼 방법이 없는데, 이것이 제거되지 않으면 오염수는 계속 늘어날 수 있다. 정부와 도쿄전력은 2051년까지 폐로를 끝낼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실적이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2팀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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