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 동결에도 하반기 인상 불씨…고민 깊어지는 한은(종합)

잇단 매파 발언에도 금리인하 기대
시장·통화정책 간극 메우기 '숙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예상대로 기준<strike>금</strike>리를 동결했지만 연내 추가 인상을 강하게 시사하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내달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추가 인상에 나서면 한미 금리차가 역대 최대치로 벌어지고 외국인 자금 유출에 따라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을 비롯해 한국 중앙은행 수장의 잇단 매파성 발언에도 시장에서는 금리인하 기대를 낮추지 않고 있어 시장과 통화정책 간 간극을 메우는 일이 중앙은행의 최대 숙제로 떠올랐다.

한은은 15일 오전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향후 경제지표 등에 따라 통화정책 기대가 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승헌 부총재는 "이번 FOMC에서 연말 정책금리 전망 점도표 상향, 제롬 파월 Fed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 등을 통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부인한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호주, 캐나다 등이 금리인상을 재개하는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스탠스가 강화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FOMC 회의에서는 시장의 예상대로 미 정책금리가 동결(5.00~5.25%)됐는데, 향후 정책방향에 대한 Fed의 매파적 입장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추가 금리 인상이 1회에 그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미 국채금리는 하락하고 미 달러화는 약세로 마감했다. 이 부총재는 "시장의 반응은 이런 통화정책 스탠스와는 다소 간극이 있는데, 향후 발표되는 주요 경제지표 등에 따라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변화하면서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관련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은 미 Fed가 기준금리 동결에 나서면서 한숨 돌렸지만 하반기 금리인상 불씨가 살아나면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Fed가 연내 두 차례 추가 인상을 현실화한다면 현 3.5%인 한국의 기준금리와의 격차는 최대 2.25%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금리차는 외국인 자금이탈을 가속화해 최근 안정 추세를 보이고 있는 원·달러 환율 재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시장의 지나친 금리인하 기대를 낮추는 것도 한은의 숙제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기준금리가 연내 인하될 것이란 시장의 기대가 과도하다"며 찬물을 끼얹었다. 호주 중앙은행은 지난달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다시 올렸으며, 이달에도 인상 행보를 이어갔다. 금리인상 중단을 선언했던 캐나다 중앙은행도 이달 석 달 만에 깜짝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다.

금통위원들도 상당 기간 긴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13일 공개된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동결을 통한 긴축 유지뿐 아니라 필요하면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금통위원은 "물가 목표로의 수렴이 크게 지연될 것으로 판단될 경우 추가 금리 인상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둔화했지만 기름값을 빼면 둔화세가 더뎌 미국이 지표에 따라 향후 한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있다"면서 "앞으로 중앙은행은 금리인하를 기대하는 시장과 맞서 싸우며 얼마나 더 금리를 유지할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금융부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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