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X파일]여름 투표율가뭄…11% 지지만으로 국회의원

⑥중앙선관위 떨게 한 여름 재보선 투표율
2010년 계양을 10명 중 1명 지지로 당선
2006년 송파갑 투표율 18%에 머물러

편집자주‘정치X파일’은 한국 정치의 선거 결과와 사건·사고에 기록된 ‘역대급 사연’을 전하는 연재 기획물입니다.

여름 휴가철마다 찾아오는 투표율의 가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입장에서는 납량 특집에 버금가는 공포의 기억이다. 열심히 선거를 준비하고 관리해보지만, 유권자가 투표장을 찾지 않으니 난감하기만 하다.

이른바 ‘7말 8초’는 상당수 공공기관과 학교, 유치원 등의 여름휴가 피크 시즌이다. 직장인들도 이때 맞춰 휴가를 간다. 바닷가와 내륙 휴양지는 휴가객들로 넘쳐난다. 여름휴가가 절정에 이를 무렵, 국회의원을 뽑겠다고 선거일을 잡는다면 어떻게 될까.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역대급 낮은 투표율의 향연이다. 총선 중간에 국회의원을 새로 뽑는 재보선 때마다 반복됐던 일이다.

2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14년 7·30 재보선 광주광역시 광산을 지역구 투표율은 22.3%에 불과하다. 부산광역시 해운대구·기장군갑 지역구도 22.9%의 투표율에 머물렀다.

본격 여름 휴가가 시작된 2019년 7월29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주변이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2014년 7월 재보선만 그런 게 아니다. 2010년 7·28 재보선 인천 계양구을 지역구 투표율은 23.2%에 머물렀다. 이때도 여름휴가가 한창인 7월 말에 새로운 국회의원을 뽑았다. 유권자 5명 중 4명은 새로운 국회의원을 뽑는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놀라기에는 아직 이르다. 2006년 7·26 재보선 서울 송파갑 지역구 투표율은 18.1%에 불과했다. 이때 역시도 7월 말 재보선이었다. 유권자 대부분이 투표장을 찾지 않는 선거. 하지만 그 선거의 승자도 똑같은 국회의원이다.

투표율이 지나치게 낮을 경우 대의 민주주의 뿌리가 흔들리게 된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 선거 투표율이 70%에 이르는데, 해당 지역구에서 70%의 압도적인 득표율을 올리며 당선된 이를 가정해보자.

앞서 언급한 재보선과 비교할 때 상당히 높은 투표율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전체 유권자 대비 득표율을 계산해보면 49%(1×0.7×0.7×100)에 불과하다. 해당 국회의원에게 표를 행사한 유권자보다 행사하지 않은 유권자가 더 많다는 얘기다.

4·7재보궐 선거일인 2021년 4월 7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주민센터에 마련된 합정동제3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그렇다면 20% 안팎의 낮은 투표율을 기록한 재보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은 전체 유권자 가운데 어느 정도의 표를 받았을까.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한 2006년 송파갑 재보선에서 당선된 맹형규 한나라당 후보는 유권자 15만215명 가운데 2만824명의 지지를 얻었다. 전체 유권자 대비 13.9% 수준이다. 송파갑은 투표율이 낮았지만, 맹형규 당선자는 투표에 참여한 이들 중에서는 76.8%라는 압도적인 득표율을 올렸다.

2014년 광주 광산을 재보선으로 국회의원에 뽑힌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후보는 유권자 15만9974명 가운데 2만1545표를 얻어 전체 유권자 대비 13.5%의 지지를 얻었다.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 중에서는 60.6%라는 압도적인 득표율을 올렸다.

그렇다면 전체 유권자 가운데 가장 적은 지지를 얻어 당선된 국회의원은 누구일까. 투표율 자체는 광주 광산을이나 송파갑보다 높았던 인천 계양을 재보선에서 주인공이 나왔다.

여름 휴가철인 2022년 7월26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가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계양을 재보선은 2010년 7월 28일 열렸는데 당시 선거는 상대적으로 박빙이었다. 한나라당 이상권 후보가 1만4444표(득표율 47.6%)를 얻어 1만2992표(42.8%)를 얻은 민주당 김희갑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당시 계양을 유권자는 13만1281명이었다. 이상권 당선자는 전체 유권자의 11% 지지를 받고 당선됐다. 유권자 10명 중 9명은 투표에 불참하거나 다른 후보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이상권 후보를 선택하지 않았다.

낮은 투표율은 후보자의 문제나 유권자의 정치 무관심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 여름휴가가 한창 진행되는 상황에서 투표 때문에 휴가 일정을 조정하라는 것은 무리다. 7월 말에 국회의원을 뽑는 일정을 잡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얘기다.

중앙선관위를 공포에 떨게 했던 여름 투표율 가뭄도 2014년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공직선거법 제35조는 국회의원 재보선 투표일을 4월 첫 번째 수요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표 일정을 7월에서 4월로 옮기자 재보선 투표율도 동반 상승했다.

이슈1팀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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