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답사 후 제집처럼 ‘들락날락’ … 1억원대 전선 훔친 ‘뻔뻔한’ 30대

창녕경찰, 용의자 검거 후 여죄 수사 중

[아시아경제 영남취재본부 이세령 기자] 경남 창녕지역 전기공사업체를 대상으로 스무 차례 넘게 1억원 상당의 전기선을 훔쳐 판 용의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창녕경찰서에 따르면 창녕읍의 한 전기공사업체 대표 A 씨는 지난 6일 동종업계 대표로부터 “전기선을 도둑맞았는데, 너도 혹시 모르니 창고와 CCTV를 확인해 봐라”는 연락을 받았다.

휴가 중이던 A 씨는 즉시 직원들을 불러 사무실 뒷마당과 창고에 보관된 전선 수량을 파악하고 CCTV를 확인했다.

CCTV에는 30대로 보이는 남성이 지난달 18일부터 8월 4일까지 밤 9시부터 다음 날 아침 7시 사이에 몰래 숨어들어 20회 넘게 전선을 훔쳐 가는 모습이 담겼다.

A 씨는 절도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본 순간 사건 발생 일주일 전 사무실을 찾아와 공사 관련 질문을 하고 간 사람과 유사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A에 따르면 30대 중반의 B 씨는 최근 다른 전기공사업체에서 잠시 근무했고 A 씨의 사무실을 찾은 당시 “망(사전답사)을 보기 위해 왔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가로등도 밝고 사무실 대부분에 CCTV가 설치돼 있는데도 B 씨는 하루 2~3차례 들락거리며 범행을 저질렀고 두 차례나 인근 고물상에서 1t 트럭을 빌려 훔쳐 갔다”고 설명했다.

“사업장에 있던 전선 전용 커트를 가져갔다가 다시 갖다 놓는 등 자신의 사업체와 물건인 양 주위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대범한 행각을 보였다”고도 했다.

경찰 조사에서 B 씨는 훔친 전기선을 인근 고물상에 200만원가량을 받고 처분한 것이 드러났다.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해당 고물상 대표는 “B 씨가 사무실 창고 청소를 하면 고물이 좀 나오니 트럭을 빌려달라고 해 그 차를 이용해 두 번에 걸쳐 잡철을 싣고 온 적이 있다”라며 “전기선은 4~5차례에 걸쳐 자신의 RV차량 트렁크에 싣고 왔는데 1번에 40~50만원을 줬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또 다른 전기공사업체의 신고로 B 씨를 검거했다”며 “11일 현재 창녕지역 내 드러난 피해 업체만 4~5곳으로 피해 금액이 피해업체 산정 1억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했다.

A 씨는 “절도 용의자 B 씨는 나와 만난 자리에서 망보러 왔을 때 사무실 근처에 전기선이 너무 많아 가슴이 떨렸다고 말하는 등 죄의식이라곤 전혀 없는 사람처럼 담담히 응했다”라며 “철저히 수사해 코로나와 불경기에 가뜩이나 힘든 영세업체들의 피해를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전기선은 고물로 팔면 큰돈이 안 되지만 시공업체에서 매입할 때는 1m당 최고 10만원에서 1만원대를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창녕경찰서는 용의자 B 씨와 전기선을 매입한 고물상, 피해업체 관계자 등의 진술을 통해 추가 범행 여부를 수사하면서 관련 증거물을 확보할 방침이다.

영남취재본부 이세령 기자 ryeo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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