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 효심 전해지는 장조 태봉도 보물 된다

'순조 태봉도', '헌종 태봉도'도 보물 지정 예고

'장조 태봉도' 속 태실

조선 왕실은 자손이 태어나면 태(胎)를 궁궐 밖으로 옮겨 따로 봉안했다. 길지(吉地)를 골라 안장하고 태실(胎室)을 조성했다. 태의 주인이 왕위에 오르면 특별히 석물로 단장했다. 이런 과정을 상세히 기록한 의궤(儀軌)와 함께 태실과 주변 지세의 경관을 그려 어람용(御覽用)으로 왕실에 올린 것이 태봉도(胎封圖)다.

문화재청은 30일 태봉도 세 건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장조 태봉도(莊祖 胎封圖·1785)'와 '순조 태봉도(純祖 胎封圖·1806)', '헌종 태봉도(憲宗 胎封圖·1847)'다. 가장 오래된 장조 태봉도는 정조 아버지 사도세자의 태실과 주변 풍경을 묘사한 그림이다. 태실은 1735년 경북 예천군 명봉사 뒤편에 마련됐다. 1785년 사도세자로 추존됨에 따라 난간석(欄干石), 비석 등 석물이 추가로 배치됐다. 실록에는 '경모궁(景慕宮) 태실'로 기재돼 있다. 경모는 크게 사랑한다는 뜻이다. 정조가 비극적 삶을 살다간 아버지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짐작하게 한다.

장조 태봉도에는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산수화 조망법이 적용됐다. 태실은 많은 산봉우리가 에워싼 타원형 구도에서 한가운데를 차지한다. 연꽃무늬 지붕돌에 팔각 난간석, 앞쪽 거북형 받침에 표석이 각각 그려졌다. 지명을 써놓은 방식, 줄지어 있는 삼각형 모양의 산 등 지도식 표현이 두드러진다.

'순조 태봉도' 속 태실

순조 태실은 충북 보은군 내속리면에 있다. 태봉도에서는 S자 형태의 경계 오른편 위에 있는 둥근 봉우리 위에 있다. 주위 배경을 여백으로 비워 놓아 유난히 돋보인다. 왼편 아래에는 여러 전각이 어우러진 속리산 법주사가 묘사됐다. 붉은 선으로 도로를 뚜렷하게 표시하고 필 획 반복으로 무성한 나뭇잎을 표현해 지도와 산수화의 성격이 혼합돼있다고 평가된다.

'헌종 태봉도' 속 태실

헌종 태실은 충남 예산군 덕산면에 있다. 태봉도에서는 연꽃 지붕이 있는 지붕돌과 팔각 난간석, 거북 모양 받침에 세워진 표석 등으로 나타난다. 그림은 전형적인 산수화 구도다. 중경에는 태실, 전경에는 마을이 있다. 후경에는 봉우리와 멀리 보이는 먼 산이 간략하게 표현됐다. 능숙한 필치로 산봉우리를 현실감 있게 나타냈다. 부드러운 먹색으로 입체감을 더했는데 안개 낀 모습 등을 효과적으로 구사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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