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현기자
[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 사건 재판의 핵심 증인인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사장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등이 유동규 당시 공사 기획본부장에게 실권을 줬다고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는 유 전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등 5명의 속행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검사는 증인신문이 시작되자마자 황 전 사장에게 당시 공사의 실권자가 누구였는지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공사 사장 공모가 나오기 전 유 전 개발본부장 등을 만난 이유'를 묻는 검사의 질문에 황 전 사장은 "지금 생각해보면 성남시장 측근이 공사 사장으로 가면 여론이 안 좋을 테니 전문 경영인을 위촉한다는 명분으로 저를 세운 것 같다"고 진술했다.
또한 "유동규는 출퇴근을 정시에 하지 않았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며 "인사도 마음대로였다"고 강조했다. 사장인 자신이 아닌 유 전 기획본부장이 인사 등 전권을 행사했다는 취지다.
검사가 '사장으로서 '인사를 그렇게 해선 안 된다'고 하면 되지 않았나'라고 묻자 황 전 사장은 "바지사장이니까 조처를 할 수 없었다"며 "유동규 본인의 뜻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성남시장이 됐건, (정진상) 정책실장이 됐건 엄청난 권한을 성남시 지휘부에서 줬다고 봤다"고 부연했다.
반면 유 전 개발본부장 측 변호인은 검사의 주신문이 시작되고 20여분간 3차례나 이의를 제기했다. 변호인은 "'검찰에서 이렇게 진술했는데 맞느냐'라고 묻는 것은 유도신문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른 부분은 몰라도 이 내용은 이 사건 심리에 중요하다고 생각된다"고 재판부의 개입을 요청했다. 다음은 이날 오전 공판의 한 장면이다.
검사 : 당시 유동규가 앞으로 설립될 공사 초대사장으로 증인을 사실상 확정한 것 아닌가요?증인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유동규 피고인 측 변호인 : 이것도 유도신문입니다.검사 : 유도신문의 의미를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검찰에서 이런 말을 했는지 확인하는 겁니다.변호인 : 그게 유도신문 입니다.검사 : 본인 생각이시고요.
황 전 사장은 고(故) 유한기 전 공사 개발본부장과 유 전 기획본부장이 '윗선'을 거론하며 자신의 사퇴를 압박했다고 주장한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관련 녹취록을 언론에 공개했다. 여기엔 유 전 개발본부장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그의 측근으로 꼽히는 정진상 전 민주당 선대위 부실장을 각각 '시장님'과 '정 실장'으로 지칭해 여러 차례 언급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황 전 사장이 사장에서 물러나고, 유 전 기획본부장이 사장 직무대행을 맡게 됐을 때 대장동 재판의 핵심 쟁점인 '민간사업자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 등 조치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공모지침서에서 이 조항이 빠지면서 민간개발업자인 화천대유 관계자들이 막대한 이익을 얻고, 공사는 그만큼 손실을 봤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다만 검찰은 황 전 사장의 사퇴를 강요하고 압력을 넣은 혐의로 고발된 이 전 후보와 정 전 부실장, 유 전 기획본부장에 대해 대선을 한달여 앞둔 지난 2월3일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지난해 12월10일 숨진 유 전 개발본부장에 대해선 '공소권 없음'으로 처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