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세밑]바닷가 통제하니 시장으로 몰려간 관광객들

27일 오전 9시께 정동진 해변으로 향하는 입구가 봉쇄돼있다.

같은 시각 강원도 속초관광수산시장(중앙시장)에 인파가 몰리면서 시장 입구가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강릉=아시아경제 김대현·송승섭 기자]아시아경제가 연휴 마지막 날인 27일 아침 찾은 강원도 강릉시 정동진해돋이공원은 바닷가를 따라 설치된 통제선으로 출입이 엄격히 금지된 탓에 한산한 모습이었다. 주차된 차량은 4대가 전부였고 이 일대 상가도 15곳 중 8곳은 문이 닫혀 있었다. 연말이면 예약이 가득 차 웃돈까지 받던 숙박업소들도 문의전화가 뚝 끊긴 채 개점휴업 상태였다.

반면 이날 속초시 속초관광수산시장은 이른 아침부터 인파로 북적거렸다. 이 시장은 보통 주말이면 닭강정ㆍ건어물 등을 사려는 관광객들이 몰리는 관광 명소 중 한 곳이다. 시장내 한 식당 앞은 20명이 넘는 손님이 줄을 서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출입금지' 정동진·속초해수욕장은 발길 뚝

연말연시를 맞아 강원도 동해안 일대에 '방역 풍선효과'가 우려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1000명대 안팎으로 늘어나면서 정부가 '연말연시 특별방역대책' 시행에 나섰지만 출입제한 지역을 피해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지역 사회의 불안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강원 속초 해수욕장이 방역 당국의 출입통제 조치에 따라 관광객 출입이 막히며 한적한 모습이다.

정동진해돋이공원 등 출입이 금지된 해변가 일대 상인들은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정동진에서 선물 가게를 운영하는 유모(60)씨는 "일대 해안가를 다 막아놔서 발걸음도 뚝 끊겼다"며 "정동진에 사람들이 몰린다는 뉴스는 다 거짓말"이라고 토로했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조모(50씨)도 "이맘때 수십 명이 줄 서서 먹는 곳인데 어제 손님 3명받은 게 전부"라며 "월세도 못내 빚이라도 내야 할 판"이라고 털어놨다.

속초시가 내년 1월3일까지 전면 폐쇄한 속초해수욕장도 비슷했다. 이따금 해수욕장에 들어가려던 일부 관광객은 "출입이 통제됐다. 다음에 와 달라"는 방역 요원의 안내에 발길을 돌리는 모습도 보였다.

'거리두기 무색한 시장'… 몰려든 인파로 발디딜틈 없어

하지만 공식 통제지역을 벗어나면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관광객들이 몰린 주변 바닷가나 대형전통시장은 방역의 사각지대였다.

정동진에서 차량으로 30분 떨어진 사근진에선 30여명의 관광객들이 모래사장을 거닐고 있었다. 이 해변은 별도의 출입통제가 없는 곳이다. 김모(22)씨는 "숙소가 근처인데 사람들이 모래사장을 걷는 걸 보고 나왔다"며 "코로나19가 걱정되는 만큼 사진만 찍고 바로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속초관광수산시장(중앙시장)의 유명 빵집 앞으로 손님 30여명이 거리두기 없이 주문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속초 해변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에 있는 속초중앙시장은 점심시간이 되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직선거리로 50여m도 채 되지 않는 시장 안 골목은 인파가 몰리면서 제대로 걷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2m 거리두기 자체가 불가능한데다 마스크를 벗고 음식을 먹는 관광객들도 적지 않았다. 속초에서 택시기사로 일하는 양모(55)씨는 "관광객들이 출입이 금지된 해변이나 카페를 피해 시장으로 몰린다"면서 "거기서 구경하고 먹을 것 사고 할 건 다 한다"고 꼬집었다.

강릉ㆍ속초 일대 상인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방문을 자제해달라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강릉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모(56)씨는 "자칫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면 장기적으로 이 지역 경기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아예 연말연시에는 강원도에 오지 말아달라는 게 상인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1시께 강릉시 중앙 시장으로 향하는 도로에 차량이 몰려 정체 현상을 빚기도 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김대현 기자 kd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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