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애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며 거리두기 3단계 조처가 검토중인 가운데 서울 시내의 한 음식거리에 자리한 음식점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성탄절부터 설날까지 이어지는 2020년 연말연시 연휴의 첫 시작(24일)부터 최대 확진자 수를 기록한 가운데 26일 서울 상권 곳곳에는 흥겨운 캐롤 음악마저 자취를 감췄고, 거리에는 지나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어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문을 연 가게에는 손님 구경하기가 힘들고, 한집 건너 '임시 휴업'가 '임대 문의'가 붙어 있었다.
서대문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2년전에 원래 운영하던 곳에서 조금 더 큰 곳인 지금의 이 가게로 터를 이동한 것이 가장 후회가 된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가 임대료와 인건비로 지급해야 하는 금액만 한달에 1500만원이 넘는다. 12월에는 각종 송년회, 회식 등의 모임으로 매장 내 테이블 빈 곳이 없었지만 요즘은 10인 이상의 단체 손님을 한번도 받지 못했다. 지난 8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된 이후에는 저녁 8시부터 아예 한 테이블도 없어 영업 금지 시간(저녁 9시)보다 한시간은 일찍 영업을 마감한다. 김씨는 "넓은 장소로 이전을 하지 않았다면 고정비 부담을 덜어 조금 더 버틸 수 있었을까 하는 후회가 남는다"면서 "이제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으로 그나마 2명, 3명씩 오던 손님도 발길이 끊어질 것 같아 어떻게 해야할지 너무 막막하다"고 울먹였다.
지난 8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2차 대유행으로 두달간 지속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버텨냈던 외식 자영업자가 벼랑 끝으로 몰리며 혹독한 겨울을 나고 있다. 3차 대유행으로 이미 2.5단계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주째 지속되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침없어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 등 수도권에서 23일 0시부터 내년 1월3일까지 5인 이상 사적모임을 금지하는 내용의 집합금지 행정 명령이 내려졌다. 1년 중에 가장 활기를 띄는 연말과 신년 장사를 아예 포기해야 하는 '사형선고'를 받은 것과 다름 없어 현장 곳곳에서는 신음소리와 절망적인 분위기만 가득하다. 자리를 옮겨 마포구로 향했다.
마포구에서 일식당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2.5단계 격상 이후 임시 휴업을 생각했지만, 그나마 찾아 오는 손님들이라도 받기 위해 영업을 하고 있다"면서 "직원은 모두 내보내고 아내와 함께 가게를 지키고 있는데, 임대료 날짜는 빠지지 않고 돌아와 절망적"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상반기에는 가게 주인이 월세를 두달 면제해줘 그나마 숨통이 트였는데, 그분도 이 수입 밖에 없는 상황이라 더 이상의 배려는 힘들다고 전해와 막막하다"면서 "집합금지 분위기상 손님이 더 줄어들 수 밖에 없는데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을 버텨도 결국 취식금지 조치 등의 고강도 거리두기가 행해질까 두려울 뿐"이라고 혀를 찼다.
종로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장모씨 역시 "우리는 여건상 배달 시스템을 갖추기가 어려워 포장과 매장 영업만 하면서 겨우 버티고 있는데, 사실 작은 규모의 영세 식당은 이미 초토화된 상황"이라면서 "저녁 9시 이후 영업금지와 5인 이상 집합금지에서 나아가 식당 내 취식금지 조치가 안내려지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고개를 떨궜다.
실제 외식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2.5단계 거리두기가 내년 1분기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두려움과 더불어 취식금지 내용을 담은 3단계 혹은 3단계 준하는 방역지침까지 내려질까 불안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는 "방역당국이 3단계 상향 여부 검토와 함께 3단계 혹은 3단계에 준하는 방역지침의 세부 조정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우려가 크다"면서 "3단계 수준의 격상에 따른 조치로 전면적으로 영업을 중단시키고 배달만 가능하도록 한다면, 이후 최악의 매출감소로 이어질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최근 실시한 '코로나19 외식업계 영향 기획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방문외식은 1분기 90.5%, 3분기 89.0%로 대다수 업체에서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포구의 한식당 사장 이모씨는 "2.5단계 격상 이후 저녁에 평균 한두테이블 정도만 받아 사실 적자 상태"라면서 "3단계가 되면 아예 장사가 안될 것이 볼보 듯 뻔한데, 대출도 많이 받은 상황이라 휴업을 할 수 없고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옆 식당 등에서는 힘들어서 빨리 격상해서 잡는게 낫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면서 "눈앞이 캄캄해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은평구의 일식당 사장 김모씨 역시 "3단계는 그야말로 자영업자와 영세 소상공인에게는 생업이 중단되는 조치"라면서 "현 단계에서 모두가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실천을 해 3단계 조치로 인한 자영업 붕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3단계 격상에 대한 소리도 흘러나온다. 회원 수 60만명에 달하는 온라인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3단계 격상을 외치는 게시글이 제법 눈에 띈다. 한 자영업자는 "그동안 정부가 시행한 거리두기 규제로 자영업자들의 피해는 눈덩이인데, 사태는 이 지경"이라면서 "차라리 빨리 격상해서 당장은 고통스럽고 힘들어도 끝내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또 다른 자영업자 역시 "어중간하게 자꾸 풀었다가 말았다 하니 결국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섰다"고 지적하면서 "격상이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광화문에서 식당을 운영중인 김모씨는 "차라리 3단계 격상을 해서 모두가 방역에 노력하면 코로나19 이전의 시기로 빨리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그동안 임시 휴업을 하고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전했다.
한편 폐업 쓰나미 공포가 거세지고 있다. 식당과 카페, 제과점 등 대부분 영세한 자영업자로 인건비와 임대료 등의 고정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매출 감소 직격탄에 폐업밖에 답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체 외식업에서 한식업 비중은 44.23%(통계청, 경제총조사 및 도소매업조사)로, 그 중 한식업 중 한식 일반 음식점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0.14%를 차지하고 있으며 80%이상은 영세한 외식업에 속한다. 외식업중앙회는 "한식업의 경우 방문외식의 의존도가 높고 배달(5.7%)이나 포장외식(11.4%) 비중이 많지 않아 영세한 일반 음식점업의 피해는 극심하다"고 강조했다.
매장 영업이 금지된 카페와 제과점의 상황도 심각하다. 한국커피바리스타협회에 따르면 동네 상권에 있는 카페는 포장·배달 비중이 극히 미미해 아예 한푼도 벌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고, 대형 매장의 경우에도 매장 매출 비중이 90%에 달해 극심한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영등포구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그나마 연말이라고 케이크를 포장해가는 손님 덕분에 가게 문만 열고 있다"면서 "내년에는 폐업 신고를 하는 작은 규모의 빵집이 엄청 많을 것 같은데, (나도)그중 하나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고개를 떨궜다.
12월 폐업률은 더 치솟을 전망이다. 12월 들어 자영업을 포기하고 내놓은 매물은 사상 최대치다. 네이버 최대 자영업 커뮤니티 '아프니까사장이다' 내 점포 매물 등록 숫자는 하루 평균 55개에 달하고 12월 들어서는 하루에 770개도 넘는 등 최악의 상황이다.
KB금융경영연구소의 '코로나19와 자영업 명암'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7월 코로나19 여파로 개업한 점포 수 보다 폐업이 많았던 업종·업태는 PC방, 당구장, 골프연습장, 노래방, 이발소, 목욕탕, 유흥주점 등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폐업 건수는 개업 건수에 비해 3~4배 많았다. 우선 PC방은 개업 신고건수가 1722건이었지만 폐업은 2746건을 기록했다. 당구장과 골프연습장은 각각 개업 468건, 181건의 세배인 1415건, 675건이 정리됐다. 노래방은 개업 288건의 네배 수준인 1118건, 단란주점은 개업 114건의 다섯배에 가까운 512건이 폐업 숫자로 기록됐다. 김동우 KB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11월 이후 코로나19 3차 유행이 나타나면서 그동안 코로나19 타격을 입었던 업종의 폐업 수가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