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아마존發 초저가 경쟁 도래

e커머스, 대형마트, 홈쇼핑까지 타격
대형 QLED TV, 직구 시 1백만원 가격차
직구 단점이었던 AS·배송도 개선 전망
제조사, 글로벌 가격정책 영향 불가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11번가와 글로벌 전자상거래 1등 플랫폼 아마존의 협업으로 유통가 '초저가 전쟁'이 예고되고 있다. 1원이라도 낮은 상품을 찾아 수십개의 인터넷 페이지를 오가고 직구 사이트들을 살피는 스마트 컨슈머들을 사로잡기 위한 가격 인하 정책 및 차별화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와 해외 가격이 서로 다른 상품에 대한 판매 정책을 놓고 국내 제조업체들의 고민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커머스 넘어 마트ㆍ홈쇼핑도 긴장

17일 업계에 따르면 11번가와 아마존의 전략적 제휴가 국내 유통가에 미치는 타격은 e커머스업계를 포함해 홈쇼핑, 대형마트까지 전방위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해외 직구 전용 플랫폼인 '몰테일'과 이베이코리아의 'G9'는 물론 병행 수입 방식으로 직구 상품을 선보여 온 오픈마켓과 홈쇼핑 등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해외 직구 경쟁력은 단연 '가격'에서 나오는 구조다. 건강식품, 의류 상품부터 식자재, 생활 소모품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특히 TV, 스마트폰 공기계, 노트북 등 전자제품의 경우 30~50% 이상 할인된 가격에 구매가 가능해 사후서비스(AS) 문제와 부품 차이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높다. LG전자와 삼성전자 등 인기 국내 브랜드 제품은 최고 두 배에 달하는 가격 차를 보이기도 한다. 직구 플랫폼들이 11월 블랙프라이데이 특가 시즌 때 등 앞다퉈 마케팅 비용을 써가며 추가 할인을 통해 거래액을 늘리는 것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함이다.

대형 TV를 비롯한 값비싼 전자제품들의 경우 해외 직구시 최대 100만원 이상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가령 네이버쇼핑에서 '삼성 2020년형 75인치 QLED TV'를 검색할 경우 싱가포르 사이트인 Q10에서 324만원대에 구매가 가능하다. 반면 국내 백화점 및 홈쇼핑에서 검색되는 가격은 488만원을 호가한다. 무려 160만원가량 차이다. LG전자의 '코드제로 A9 무선 청소기' 제품도 국내외 가격 차이가 37만원에 달한다. 때문에 아마존이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TV와 가전 제품 등을 국내 판매할 경우 제품 가격에 대한 차이도 무의해진다.

유통가에서 11번가와 아마존의 제휴를 눈여겨보는 것은 가격 인하 효과뿐만 아니라 서비스의 질적 개선이 가능하다는 측면의 이유도 있다. 해외직구는 낮은 판매가 대비 높은 해외 배송료, 긴 배송기간, 사후서비스(AS) 어려움 등이 단점으로 꼽혔다. 가령 TV, 노트북 등 고가의 제품이 배송될 때 파손될 우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내 TV 패널 보상 기간이 통상 2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아쉬운 점이 남는다. 아마존의 경우 자체 보증금(디파짓 피)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요구하기도 한다. 통관세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에 대비한 자구책이다.

홈쇼핑채널들 역시 해외 직구 병행 상품과 직수입 채널 등을 통해 경쟁력 제고 차원의 차별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었던 만큼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KTH가 운영하는 K쇼핑의 경우 최근 MCN 서비스 개선 작업 과정에서 호주 정부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호주 직구 채널'을 선보인 바 있다. 건강기능식품 등을 보다 쉽고 저렴하게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투명해지는 국내외 가격 차…제조업체도 고심

국내 제조업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TV 상품의 경우 미국-한국간 TV 타깃 고객이 다르게 설정돼 있어 제품 가격대가 확연히 다르다. 실제 아마존에서는 20~40인치 이하 TV들이 주류를 이룬다. 국내에서는 보편화된 OLED TV가 상대적으로 프리미엄 버전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리퍼비쉬(파손 후 재정비) 제품 판매 시장도 활성화돼 있어 상대적으로 중고거래도 활발해 고가 TV에 대한 수요가 적다.

저렴한 맥시코산 삼성전자 TV가 들어올 경우 국내 생산, 판매되고 있는 TV와의 가격 차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국내외 인건비 및 현지 물가 등이 비용에 고스란히 반영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패널 등 구성 부품에 따라 완제품의 가격이 천차만별 수준으로 벌어지기 때문이다. 해외보다 저렴한 가격 탓에 국내 소비자를 '봉'으로 안다는 오해도 부지기수다. 때문에 나라마다 다른 가격 정책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질 수 있다.

해외 직구 전문 플랫폼 관계자는 "TV 시장의 경우 국내 소비자 중 5% 정도만이 해외 직구를 사용하고 있는 상태로 해외 직구 시장이 급성장 중이지만 여전히 국내 전체 소비 시장에 비해서는 작은 수준"이라며 "다만, '해외 직구를 한 번만 해 본 사람은 없다'는 이야기처럼 11번가를 통해 보다 쉽게 제휴가 가능해지면 성장성이 더 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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