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애리기자
[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구글이 29일 내년부터 모든 앱에 인앱결제(앱 내 결제)와 결제 수수료 30%를 강제한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국내 IT업계와 전문가들은 "구글이 인터넷산업 생태계를 독점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김재환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 정책실장은 이날 통화에서 "구글은 인터넷생태계에서 다른 동반자들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네이버, 카카오 등이 속해있는 단체다.
국내 IT업계는 30% 결제수수료는 구글이 자사의 서비스들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디지털콘텐츠 시장을 독점하는 상황을 만들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예를들어 영화나 웹툰 등 디지털콘텐츠의 경우 사업자가 '유통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버는 구조다. 사업자는 수익의 60~70%를 저작권자에게 주는데, 구글에게 30% 수수료까지 물고 나면 사업자는 수익을 내기 위해 결국 이용료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인앱결제 강제는 구글이 독점적인 지위를 남용해서 시장의 다른 결제 수단을 없애버리고 '구글의 세계'를 만들려고 한다는 지적이다.
김 실장은 "구글의 유튜브나 음악·동영상 서비스는 수수료 부담이 없으니 다른 사업자들에 비해 가격 면에서 메리트(이점)를 갖게 되고 이용자 확보도 유리해질 것"이라면서 "구글이 검색, 동영상, 전자책 등 거의 모든 서비스를 독점하는 '수직계열화' 상황이 생길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 인터넷업계 종사자와 대학교수 등 전문가 10명 중 8명(79%)은 구글의 방침이 불공정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국인터넷정보학회가 최근 IT분야 교수와 관련 기관 종사자 9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에 대해 32%는 '전혀 공정하지 않다', 29%는 '공정하지 않다', 18%는 '대체로 공정하지 않다'라고 답했다.
'구글이 모든 콘텐츠 구매·구독 시 인앱결제를 의무화할 경우 국내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에 어떤 영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92%가 악영향을 예상했다. 그러면서 적당한 수수료율로는 50%가 '5~10%'를 꼽았고, 28%는 '5% 이내'라고 답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용자 피해 부문'에 대해 우려했다. 김정환 부경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구글의 정책 변경은 생태계 내 부익부 빈익빈을 가속할 것"이라며 "사업자들이 수익에 타격을 받는 부분은 고스란히 가격에 연동될 것이다. 콘텐츠 사업자에게 부과된 수수료가 이용자에 그대로 전가될 가능성이 100%"라고 비판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