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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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대만이 중국 본토와 확실히 구분지을 수 있도록 대표 항공사 이름을 변경하고 여권 디자인을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중국 본토와의 혼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정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대만 분리 움직임으로 해석될 수 있어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만 입법부가 대만 대표 항공사인 '중화항공'(中華航空·China Airlines) 이름을 변경하고 '중화민국'(中華民國·Republic of China)으로 적혀 있는 여권 디자인을 수정하는 결의안을 승인해 정부에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표결에 참여한 입법 의원 64명이 '만장일치'로 결의안에 '찬성' 표를 던졌다.
대만 입법 의원들은 대만의 국제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대표 항공사 이름 및 여권 변경이 필요하다며 조속히 정부가 관련 내용을 담은 초안을 마련해줄 것을 촉구했다. 대만 내 여론조사에서도 74%가 변경에 '찬성'한 상황이어서 대만 정부도 결의안 승인을 계기로 초안 마련에 속도를 낼 분위기다. 대만 총통부 대변인은 결의안 승인에 환영의 뜻을 나타내며 정부가 관련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외교부도 이 결의안이 실제로 시행될 수 있도록 방안을 연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입법부 결의안에는 구체적으로 항공사와 여권을 어떻게 수정할지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다만 내부적으로 항공사와 여권에 '대만'을 더 부각시켜 표시하자는 제안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의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중국 본토와의 명칭 혼동으로 국제사회에 혼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이번 수정 작업의 배경으로 들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만인이 바이러스 발원지에서 온 사람이라는 오해로 차별받는 사례가 발생했고, 대만이 항공편을 통해 코로나19 관련 의료 지원에 나섰을 때에도 외국인들은 중국 본토와 구분을 하지못해 애로사항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중국 본토와의 분리를 위해서가 아닌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달았지만, 이번 결의안을 처음 제안한 주체가 중국 본토와 분리된 대만 정체성을 표방하는 대만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인 만큼 중국과 멀어지려는 대만 정부의 시도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WSJ도 "이번 제안이 중국 정부를 화나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최근 몇년간 글로벌 호텔체인, 항공사, 유통업체의 웹사이트에서 대만을 별도의 국가로 보이도록 표기한데 대해 반발하며 중국의 일부로 재표기하라고 압박해온 상황이어서 대만 정부의 이번 움직임이 중국의 반발을 살 가능성은 높아졌다.
중국과 확연히 구분지으려는 대만의 움직임은 올해 1월 중국과 거리를 두고 주권을 수호한다는 의지를 밝힌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연임 성공으로 더 적극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 대만은 코로나19 방역 성공 사례로 주목받는 것을 기회로 삼아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세계보건기구(WHO) 옵서버 참여를 강력히 추진하기도 했다. 대만은 또 이달 미국령 괌에 영사관 격인 '타이베이경제문화판사처'(판사처)를 재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으며 현재 공식 개설을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