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리기자
유제훈기자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유제훈 기자] 서울시가 도심의 마지막 '금싸라기' 토지인 종로구 송현동 부지를 공원화 하겠다고 천명하면서 대한항공이 날벼락을 맞게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코너에 몰린 대한항공으로선 송현동 부지를 제 값에 팔지 못할 경우, 사업유지에 필수적인 핵심자산 마저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 봉착하는 만큼 서울시의 잇딴 압박에 긴장하는 모양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달 삼정KPMGㆍ삼성증권 컨소시엄을 송현동 부지(3만6642㎡) 및 건물(605㎡)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송현동 부지매각은 대한항공이 마련한 자구안의 핵심으로 꼽힌다.
앞서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유동성 위기에 봉착하자 정부 및 채권단에 지원요청과 함께 자구안을 마련한 바 있다. 채권단은 내년 연말까지 2조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요구했고, 대한항공은 이에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함께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개발을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송현동 부지는 대한항공이 매물로 내놓은 자산 중에서도 가장 덩치가 크다. 경복궁과 접해있는데다 도심에 남은 마지막 나대지란 점에서다. 하지만 서울시가 이 부지를 공원화 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하면서 대한항공의 자구안이 확정하자마자 난관에 부딛히게 됐다. 토지의 경우 감정가격이 대부분 공시가격을 기반으로 매겨지는데다 건축이 불가능한 문화공원으로 용도가 바뀌면 감정가격은 자칫 공시가격에도 미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송현동 부지의 공시지가는 ㎡당 845만7000원(2019년 기준)으로 부지면적이 3만6642㎡인 점을 고려하면 약 3100억원 안팎이다. 지금까지 업계는 공시지가를 기반으로 이 땅의 시세가 최소 5000억원, 높게는 7000억~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해 왔다. 대한항공으로선 최대한 높은 가격을 받아 자본확충 및 차입금 상ㆍ차환에 나서야 하지만 원매자로선 용도가 제한 된 땅을 이같은 시세에 살 가능성은 낮다. 일각에서 서울시가 땅값을 떨어뜨리기 위해 부지의 용도변경에 나선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서울시는 향후 수의계약으로 송현동 부지를 인수하겠단 계획이지만 이 경우 대한항공으로선 제 값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 관계자는 "감정평가를 받아봐야 할 문제지만 시장에서 거론되는 금액(5000억원) 보다는 낮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대한항공이 송현동 부지 매각을 통해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사업유지에 필수적인 자산까지도 매각을 검토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대한항공은 현재도 LA윌셔그랜드호텔 등 비핵심자산은 물론 기내식사업, 항공정비(MRO) 사업, 마일리지 사업 등 항공업 영위에 핵심적인 사업부문도 재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항공으로선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향후 양 측의 줄다리기가 팽팽히 진행될 경우 법적 공방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 대한항공 한 관계자는 "응급실에서 수술직전에 돈이 없어 쩔쩔매는 상황에 헌혈을 해 달라는 격"이라면서 "정부가 항공산업 보호를 위해 40조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까지 마련해 총력으로 지원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시도 보다 일관성 있는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토로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