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안 마련하자마자 공원이라니…난감한 대한항공

서울시가 종로구 송현동에 공터로 있는 대한항공 부지를 도시계획시설상 '문화공원'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시는 지난 27일 열린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 공원 결정안' 자문을 상정했다고 28일 밝혔다. 결정안은 현재 북촌 지구단위계획 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해당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았다. 사진은 이날 대한항공이 자산 매각을 추진 중인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모습./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유제훈 기자] 서울시가 도심의 마지막 '금싸라기' 토지인 종로구 송현동 부지를 공원화 하겠다고 천명하면서 대한항공이 날벼락을 맞게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코너에 몰린 대한항공으로선 송현동 부지를 제 값에 팔지 못할 경우, 사업유지에 필수적인 핵심자산 마저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 봉착하는 만큼 서울시의 잇딴 압박에 긴장하는 모양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달 삼정KPMGㆍ삼성증권 컨소시엄을 송현동 부지(3만6642㎡) 및 건물(605㎡)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송현동 부지매각은 대한항공이 마련한 자구안의 핵심으로 꼽힌다.

앞서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유동성 위기에 봉착하자 정부 및 채권단에 지원요청과 함께 자구안을 마련한 바 있다. 채권단은 내년 연말까지 2조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요구했고, 대한항공은 이에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함께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개발을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송현동 부지는 대한항공이 매물로 내놓은 자산 중에서도 가장 덩치가 크다. 경복궁과 접해있는데다 도심에 남은 마지막 나대지란 점에서다. 하지만 서울시가 이 부지를 공원화 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하면서 대한항공의 자구안이 확정하자마자 난관에 부딛히게 됐다. 토지의 경우 감정가격이 대부분 공시가격을 기반으로 매겨지는데다 건축이 불가능한 문화공원으로 용도가 바뀌면 감정가격은 자칫 공시가격에도 미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송현동 부지의 공시지가는 ㎡당 845만7000원(2019년 기준)으로 부지면적이 3만6642㎡인 점을 고려하면 약 3100억원 안팎이다. 지금까지 업계는 공시지가를 기반으로 이 땅의 시세가 최소 5000억원, 높게는 7000억~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해 왔다. 대한항공으로선 최대한 높은 가격을 받아 자본확충 및 차입금 상ㆍ차환에 나서야 하지만 원매자로선 용도가 제한 된 땅을 이같은 시세에 살 가능성은 낮다. 일각에서 서울시가 땅값을 떨어뜨리기 위해 부지의 용도변경에 나선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서울시는 향후 수의계약으로 송현동 부지를 인수하겠단 계획이지만 이 경우 대한항공으로선 제 값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 관계자는 "감정평가를 받아봐야 할 문제지만 시장에서 거론되는 금액(5000억원) 보다는 낮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대한항공이 송현동 부지 매각을 통해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사업유지에 필수적인 자산까지도 매각을 검토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대한항공은 현재도 LA윌셔그랜드호텔 등 비핵심자산은 물론 기내식사업, 항공정비(MRO) 사업, 마일리지 사업 등 항공업 영위에 핵심적인 사업부문도 재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항공으로선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향후 양 측의 줄다리기가 팽팽히 진행될 경우 법적 공방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 대한항공 한 관계자는 "응급실에서 수술직전에 돈이 없어 쩔쩔매는 상황에 헌혈을 해 달라는 격"이라면서 "정부가 항공산업 보호를 위해 40조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까지 마련해 총력으로 지원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시도 보다 일관성 있는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토로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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