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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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지난 23일 20대 여성 공무원을 성추행 한 사실을 시인하고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이번 사건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 사건과 닮아 있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자치단체장이 위력을 사용해 부하 여성 공무원을 상대로 '권력형 성범죄'를 저질렀다.
오 전 부산시장은 사퇴 기자회견에서 "시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 한 사람에게 5분 정도 짧은 면담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했다. 경중에 상관없이 어떤 행동과 말로도 용서가 안 된다. 이 길이 유일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부산을 너무나도 사랑했던 사람으로 기억해달라. 시민 여러분께 너무 죄송하다"라고 밝혔다.
여성·시민단체들은 즉각 성명서를 냈다. 기자회견 당일인 23일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사퇴로 면피하려는 꼼수 안 된다"며 "오거돈 부산시장은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전 시장이 사퇴 기자회견에서 '5분 동안', '경중에 관계없이'라는 말로 명백한 범죄를 사소화하는 전략을 사용했다며 피해자에게 사죄하고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여연은 또 "미투운동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 사건으로 촉발됐고 수많은 여성들이 일상에서 성폭력을 고발하고 외치고 있지만 남성이 독점하고 있는 정치권은 반성과 성찰, 변화는커녕 또 다른 성폭력 사건으로 응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문호남 기자 munonam@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도 같은 날 "사퇴에서 머물러선 안된다"며 "사죄는 피해자에게 파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오거돈 전 시장은 부산을 너무 사랑했던 사람으로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기자회견을 마쳤지만 그는 이제 부산을 사랑했던 한 명의 정치인이 아니라 남성 강간문화에 일조한 성범죄자 정치인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일갈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오 전 시장을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직권남용 등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이 단체는 고발장에서 "오 전 시장의 부적절한 행위는 이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잘못된 관행으로, 엄벌에 처해야한다"고 밝혔다.
현재 오 전 시장은 사퇴 후 잠적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부산경찰청은 이번 사건 외에도 지난해 10월 한 유튜브 채널이 제기한 오 전 시장의 여성 공무원 성추행 의혹 사건도 내사하고 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