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이고 팔아도' 못 버틸 지경…기업 구조조정 쓰나미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이선애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는 국내 기업들이 구조조정의 고삐를 죄면서 생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고정자산이나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과감히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는가 하면 수시로 희망·명예퇴직 신청을 받거나 임금과 각종 비용 등 지출 억제로 본격적인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1일 산업계에 따르면 '팔고 쪼개' 수익성과 유동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국내 기업들의 구조조정 움직임이 뚜렷히 나타나고 있다. 해태제과가 자회사인 해태아이스크림을 빙그레에 1400억원에 매각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상대적으로 코로나19 영향을 덜 받던 식품업계마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선택과 집중에 나선 경우다. 해태아이스크림은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이 1800억원대로 국내 아이스크림업계 빅 4 중 하나다. 해태제과는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부채 상환과 과자공장 신규 설비 투자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제과사업에 핵심 역량을 집중해 시장 경쟁력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두산중공업은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두산건설을 이번 기회에 털어낸다는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수익성이 악화된 LCD 사업을 정리하고 차세대 QD 디스플레이 중심으로 사업 재편을 추진한다. 지난달 말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현대로템은 의왕연구소 유휴 부지 일부를 현대모비스에 매각하기로 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부 매각도 검토 중이다.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긴 외식업의 구조조정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CJ그룹의 외식 계열사 CJ푸드빌은 고강도 자구안을 시행하기로 했다. 부동산 등 고정자산 매각, 신규 투자 동결, 지출 억제 극대화, 경영진 급여 반납, 신규 매장 출점 보류 등 유동성 확보에 전사적 역량을 쏟겠다는 것이 자구안의 골자다. 우선 CJ푸드빌은 경영 정상화가 이뤄졌다고 판단하기 전까지 모든 투자를 전면 중단하고 최소화한다. 가맹점 리뉴얼 투자 시 상생 강화 차원에서 법정 기준 이상으로 지원하던 투자 지원금도 법정 기준에 맞춘다. 현금 흐름 강화를 위해 채권·채무 관리를 더욱 엄격히 하고 대내외 현금 지출 억제 등 전방위적 비용 지출 억제 조치도 시행한다. 외식사업의 경우 수익성이 낮은 매장은 지속적으로 철수하고 신규 출점은 보류해 현금 유동성을 제고한다. 위기 상황 극복에 앞장서기 위해 올해 상반기까지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 및 조직장은 월급여 일부를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이미 무급휴직과 임금 반납을 시행 중인 국내 항공사의 구조조정 폭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달부터 오는 6월 말까지 외국인 조종사 전원에게 무급휴가를 의무 부여하기로 했다. 대상은 기장 351명, 부기장 36명 등 총 387명이다. 당초 대한항공은 희망자를 대상으로 무급휴가를 시행했으나 최근 전 세계 대다수 노선 운항이 중단되면서 이를 확대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도 이달 전 직원을 대상으로 15일간의 무급휴직을 실시한다. 이는 지난달(10일) 대비 5일 길어진 것이다.

전원 휴직에 들어간 곳도 있다. 이스타항공이 대표적이다. 이스타항공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휴직을 실시한 데 이어 최근에는 1~2년 차 수습 부기장 80명의 계약을 해지하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각 사가 무급휴직이나 고용유지지원금 등으로 버티는 단계지만 수개월 상황이 지속되면 구조조정 수위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두산중공업은 유휴 인력에 대한 고정비 절감 차원에서 일부 휴업 카드를 꺼내든 상황이다. 노조는 휴업 추진과 규모에 대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서 결정하자며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어 교섭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 노조는 통상 5월에 진행되던 임단협을 20여일 앞당겨 이달 21일이나 23일에 진행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조만간 회사에 통보할 예정이다.

자동차 부품사에서는 업계 2위 가 창사 이래 지난해 처음으로 임원 20%를 감원하는 등 관리직 구조조정을 실시한 데 이어 이달 생산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추진해 작지 않은 충격을 던졌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만도의 사례는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면서 "올해 상반기 내 코로나19가 잡히지 않으면 향후 완성차 하위 벤더는 물론 1차 벤더까지 줄도산할 것이라는 게 정설"이라고 지적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이선애 기자 lsa@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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