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담인턴기자
[아시아경제 허미담 인턴기자] 역대 최악의 장기 미제 사건으로 꼽히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특정된 가운데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범인을 놓쳤던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표 의원은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현장의) 소나무와 숲, 들판이 확연하게 기억난다. 너무 참혹했다"며 "도대체 인간이 그런 짓을 할 수 있나 하는 느낌이 경찰관 전체에 퍼져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표 의원은 지난 1990년 7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경기도 화성경찰서에서 근무했다. 그가 제6기동대 소대장으로 일하던 중 9차 사건이 발생했다.
연쇄살인사건 9차 현장에 있었던 표 의원은 "소나무와 숲, 들판이 확연하게 기억난다. 너무 참혹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당시 범인을 놓쳤던 이유에 대해 경찰의 초동 조치가 부족했음을 지적했다. 그는 "처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을 철저하게 보존해야 하는데 그 기본이 잘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연쇄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은 것도 또 다른 이유"라고 말하며 "독재정권하였기 때문에 사건이 커지면 정권이 부담을 졌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지역 파출소장들이 사건의 연쇄성을 묻기 위해 빨리 시신을 치우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표 의원은 "당시 경찰들이 분석하기로는 너무 많은 수사 인력이 정돈되지 않은 채 투입됐다"며 "서로 조율해 첩보 정보를 나누거나 합동 수사를 했으면 좋았을 텐데 여러 팀이 경쟁적으로 수사해 오히려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이 사건에 동원된 경찰 연인원은 205만 명으로 단일사건으로는 최대 규모였다.
최근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특정됐다는 소식에 그는 "믿기지 않았다"며 "충격적이고 반가우면서도 이게 가능한 일인가 불신도 들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나 그는 "현장 보존 시료에서 채취한 DNA와 용의자의 DNA가 일치한다는 것을 보고 더 의심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끝으로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이 대단히 크다"면서도 "기소나 처벌만이 수사의 목적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진실규명 그리고 피해자 원혼과 유가족의 한을 풀어드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최근에 포천 여중생 사건 등 미제 사건들을 놓고 화성 사건 범인이 동일범 아닌가 하는 의문들도 있었다. 그 부분을 떨어낸 것도 큰 도움이다"며 "안타까움도 크지만 상당히 성과도 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화성연쇄살인사건은 1986년 9월15일부터 1991년 4월3일까지 당시 경기도 화성군 일대에서 여성 10명이 강간·살해돼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엽기적인 연쇄살인사건이다.
경찰은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연인원 205만명의 경찰을 동원했지만, 유일하게 해결된 8차 사건을 제외하고 나머지 사건의 범인을 검거하지 못했다. 8차 사건은 모방범죄로 알려졌다.
경기남부경찰청은 18일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이모(58)씨를 특정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재수사하는 과정에서 A씨 유전자(DNA)가 화성연쇄살인 피해자의 속옷에서 발견된 DNA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용의자로 지목된 이모씨는 지난 1994년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해 무기 징역을 선고받고 현재 부산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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