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산학연계를 넘어선 기업·대학 협력의 장 열려야

수년간 대학 강단에 오르며 세계적 디자이너를 꿈꾸는 많은 학생들과 소통하다 보면 다양한 고민과 고충들을 듣곤 한다. 특히 학생들은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활동에 늘 목말라한다.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겠지만, 패션 디자인이나 산업 디자인 분야는 특히 다양한 실무경험을 통해 일선에서 다뤄지는 디자인 트렌드와 실전감각을 익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내실이 있으면서도 창의성을 적극 발현할 수 있는 산학연계가 필요하다.

해외에서는 어떨까? 산학 협력 부문에 선진화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이케아, 포드, 발레오 등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기업이 대학과 함께 팀을 꾸려 제품 및 시스템 디자인, 바이오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스탠퍼드 대학의 디자인스쿨, '디스쿨(d.School)'이 바로 그것이다. 디스쿨은 산업계 경력이 풍부한 교원이 현장의 문제를 찾아 교수, 학생, 조교, 어드바이저, 외부 조직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팀을 조직하는 방식으로, 학문의 현장에서 생산되는 디자인적 사고를 실제 산업에 접목해 시너지 효과를 내며 산학협력의 새로운 롤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의 사례에 비교하면 국내 상황은 좋지 못하다. 디자인 업계에 뛰어들 이들에게 이토록 중요한 직무 체험 기회가 국내에서는 디자인 산업이 경색되면서 줄어드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하지만 기업에서도 학생들과 협력하는 디자인 사업 모델을 다각도로 구상해볼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디자인 실무 과정에 직접 참여해보는 것은 비단 학생들에게만 이로운 지원사업의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포화상태에 다다른 시장에 참신하고 젊은 감각을 수혈 받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

실제로 미국에서 론칭, 국내에서도 감각적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스마트폰 액세서리 브랜드 팝소켓의 사례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콜로라도에서 대학 교수였던 데이비드바넷이 개발한 스마트폰 그립 및 거치대 브랜드 팝소켓은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디자인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2030세대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팝소켓은 지난 4월부터 팝소켓만의 디자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자 홍익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 학생들과 함께 디자인 콘테스트 '디자인 유어 라이프(Design Your Life)'를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TPO에 어울리는 팝소켓'이라는 주제로 본인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디자인으로 표현하고, 디자인 소개영상을 15초 내외 촬영해 4월 한 달간 팝소켓코리아 공식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응모하게 된다. 이를 교수진과 팝소켓코리아가 검토해 우수작을 선정한 후 소비자 온라인 투표를 통해 최종 대상 작품을 선발하는 프로젝트다.

최종 수상작은 홍익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 패션쇼 'Hi-Label(하이라벨)' 런웨이에서 오르는 기회가 주어지며 팝소켓 정규 상품으로 출시되어 판매될 예정이다. 판매 수익금 전액은 연말에 기부한다고 한다. 수상한 학생들에게는 장학금이 수여된다. 현재 6차 출품작까지 검토에 들어간 팝소켓 측은 학생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새로운 제품 개발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학생들은 경쟁력 있는 디자인으로 특화된 글로벌 브랜드의 제품 제작에 참여해보는 경험을 할 수 있어 기업 관계자와 학생들 모두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산업디자인과 패션 디자인이 만나 경계를 허물고 이뤄지는 색다른 작업이자 창조적 혁신의 발상이 만들어지는 테스트베드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방법을 답습하지 않고 새로운 협력 방법을 모색한다면 후킹한 콘텐츠를 늘 고민하는 기업과 새로운 경험의 기회를 찾는 학생들 모두가 웃을 수 있는 방법은 분명 있다. '산학 클러스터'라고 거창하게 포장할 것도 없다. 단순히 돈만 주는 장학사업의 수준을 넘어 디자인 산업을 함께 일궈갈 미래의 파트너로서 학생들과 진정한 '소통'을 하고자 하는 기업이 더욱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간호섭 홍익대학교 섬유미술패션디자인학과 교수 · 한국패션비즈니스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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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집부 공수민 기자 hyunh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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