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중개만 3조, 증권업계 '땅 짚고 헤엄치기'…하반기엔?

[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올해 상반기 증권업계는 전통적 수익원인 투자중개의 호황에 힘입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조3000억원가량 더 많은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거래규모가 크게 늘어나면서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이익이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거래규모가 급감하면서 증권업계 수익도 연동돼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16일 한국신용평가 분석 자료를 보면, 국내 25개 증권사들의 올해 상반기 영업순수익은 6조936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5조6288억원에 비해 23%가량 크게 증가했다.특히 투자중개 수익이 2조8499억원으로 41%가량을 차지하는데 전년 동기 대비 50%, 9600억원가량 급증한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7조~9조원 규모였는데, 올해는 1월에 15조8000억원을 기록했으며 이후에도 12조~14조원대를 유지했다. 증권업계는 자동적인 수혜를 입은 것이다.향후 증권업의 핵심 사업이라 할 수 있는 기업금융(IB) 부문은 1조8844억원으로 3000억원가량 수익이 늘었다. 하지만 자기매매 및 운용은 2조39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1조9960억원과 유사한 규모에 그쳤다. 자산관리(WM)는 5144억원으로 1000억원가량 늘었다.보유한 자금에 비해 얼마나 수익을 거뒀는지를 가늠하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지난해 상반기 7.7%에서 올해 10.1%로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벌어들이는 이익이 큰만큼 채무보증(우발부채)도 26조5633억원에서 33조1643억원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IB 분야에서 부동산 관련 투자를 크게 늘린 영향으로 풀이된다.기업별로 보면 투자중개에서만 3504억원을 거둔 미래에셋대우가 8758억원의 영업순수익으로 1위였다. 이 회사는 자본총계가 8조원대로 4조원대에 머물러 있는 다른 대형 증권사들에 비해 압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ROE는 8.2%로 대형 증권사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 빛이 바랬다.메리츠종금증권은 올해 상반기 2195억원의 수익을 거둬 미래에셋대우(2037억원), NH투자증권(2035억원)을 앞질렀다. 지난해에 이어 IB 최강자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만큼 우발채무도 많아 5조4820억원에 이른다. 다른 대형사들은 2조~3조원대다.증시 거래규모가 지난 7월부터 급감하면서 하반기 증권사들의 실적도 뒷걸음질칠 수 밖에 없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일평균 증시 거래대금은 7월에 8조9000억원대로 떨어졌고 8월에도 8조7000억원에 그쳤다. 9월에는 다소 나아졌지만 여전히 10조원대였다.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증권 4개사(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합산 순이익은 3473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3% 감소하고 시장추정치(컨센서스)를 5% 하회할 것"이라며 "거래대금 감소와 증시 변동성 확대로 인한 브로커리지와 운용 수익 감소의 결과"라고 했다.그럼에도 전망은 나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과거 대비 높은 고객예탁금 및 신용공여 등을 감안할 경우 거래대금 증가 가능성이 여전하며, 국내 증권사들의 경우 IB 부문에서 지속적인 성장과 더불어 발행어음 및 신용공여 한도 증대 등으로 추가이익 확보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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