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우기자
8일 경기도 이천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센터에서 인간과<br /> 컬링대결을 펼치고 있는 AI로봇 '컬리'가 카메라가 달린 헤드부분을 곧추 세운 뒤 경기장 환경을 파악하고 있다.
2엔드는 컬리의 우세가 점쳐졌다. 컬링스톤을 던진 후 방향과 속도를 조정할 수 있는 빗질(스위핑)을 하지 않는 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었다. 컬리는 이 기능이 없어 다를 게 없지만, 스위핑을 통해 컬링스톤의 경로를 보정했던 학생들에게는 불안한 한 판이었다.관객들도 숨 죽이며 지켜봤다. 연달아 컬리가 실투했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컬리 개발진은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어 온도가 상승, 컬링장의 빙질에 변화가 생겼는데 이에 잘 대처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학생들은 시간이 지날 수록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박현수(19) 군은 "경기를 진행할 수록 컬링장의 얼음 온도와 표면 등을 더 이해하면서 적응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승부는 3대0, 인간의 승리로 끝났다.◆'졌지만 잘 싸운' 컬리가 남긴 것들= AI로봇 컬리는 패배했지만 많은 가능성을 남겼다. 실제 바둑알을 내려 놓는 일은 사람이 대신해야 했던 알파고와 달리 AI가 물리적인 동작도 제어하며 '빙판 위의 체스'라고 불릴 정도로 복잡한 컬링 경기를 수행했기 때문이다.AI로봇 컬리가 경기를 파악하고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모습.
머신러닝 분야의 세계적인 대가 클라우스 뮐러 독일 베를린 빅데이터센터 연구소장은 "AI를 현실세계에 구현하는 대단한 도전"이라며 "특히 빙판은 사람도 물건이 어디로 움직일지 예측하기 어려운 공간인 만큼 큰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컬리 개발 실무책임자인 이성환 고려대 뇌공학과 교수는 "현재 개발 중인 스위핑 기능이 탑재되면 컬리의 경기력은 비약적으로 향상될 것"이라며 "선수들의 훈련에 활용이 될 수 있을 뿐더러 컬리에 적용된 AI, 시각화 기술, 로봇 정밀 제어 기술 등은 무인자동차와 같은 미래 산업에 핵심 기술로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AI로봇 컬리(제공=고려대)
◆컬리는 누구?= 컬리는 고려대와 울산과학기술원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개발한 된 로봇이다. 컬링스톤을 잡고 놓을 수 있는 몸통에 세 개의 바퀴와 로봇팔이 달린 형태다. 로봇팔 끝 부분의 카메라로 주위 환경을 인식한다. AI컬링 소프트웨어(SW)로는 '컬브레인'이 탑재됐다. 컬브레인은 지난해 일본 도쿄대, 도호쿠대 등 10개 대학이 참여한 AI컬링SW경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경기는 컬리 2기가 한 팀으로 진행한다. 1기는 경기장 상황을 파악하는 역할(스킵로봇), 나머지 1기는 컬링스톤을 직접 던지는 역할(투구로봇)을 각각 맡는다. 스킵로봇이 환경을 인식하고 영상을 전송, 컬브레인으로 경기 전략을 수립한다. 이 에 따라 투구로봇이 스톤을 던지기 위해 필요한 힘과 방향, 회전을 제어하는 식이다. 초당 0.01m 단위, 0.05도 단위로 속도와 각도를 제어ㆍ계산한다. 컬리가 머신러닝으로 학습한 국제 컬링경기는 1321경기에 달한다. 이 교수는 "보통 국가대표 선수의 경우 다른 스톤을 쳐내지 않고 하우스에 집어넣는 '드로' 성공률과 상대방 스톤을 쳐내는 '테이크아웃' 성공률 모두 80~85%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며 "컬리의 경우 드로 성공률은 60~65%, 테이크아웃 성공률은 8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