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도 지겨워요' 기말고사 후엔 방치되는 학생들

겨울방학 전까지 수업시수 맞추려 억지 등교…“수업에 집중 안한다” 교사들도 불만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 "시험 끝나고 2주 내내 영화만 봤어요. (수업) 들어오는 선생님마다 다른 영상을 틀어주시니까 머리 속에서 스토리가 뒤죽박죽돼 뭘 봤는지 기억도 안나요."(서울 B중학교 2학년생)# "학부모 입장에서도 답답해요. 그나마 연극 관람이다 놀이공원이다 단체로 현장학습 간다면 좋아라 하는데 날도 추우니 대충 출석만 체크하고 노래방이나 PC방으로 몰려들 가고… 여유 있는 집에선 차라리 체험학습 신청서 내고 해외여행 간다니깐요."(서울 H중학교 3학년 학부모)
겨울방학을 일주일 앞둔 중·고등학교 교실 상당 수가 여전히 수업시간을 '자습'과 '영화감상'으로 보내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12월 초 기말고사를 마친 후에는 사실상 교과 수업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게 현장 교사들의 하소연이지만 법정 수업시수를 채우려면 학기를 단축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지난 13일 기말고사를 마쳤다는 H고교의 학부모(서울 강서구)는 "수능과 입시를 치룬 고 3이라면 모를까 왜 1~2학년 학생들까지 수업이 파행을 겪는지 모르겠다"며 "시험 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나머지 단원은 한두 시간만에 대충 배우고 넘어간다"고 토로했다.한 중3 학생(전북 김제)은 "수업 시간에 영화를 틀어주면 1~2명만 시청하고 나머지는 다 엎드려 잔다"며 "선생님도 핸드폰만 하고 계시고, 이럴 바엔 4교시 단축수업이라도 하지 싶지만 학교에서는 정상적으로 등교해야 한다는 얘기만 반복한다"고 전했다. 교사들도 이같은 학사 운영이 불만이긴 마찬가지다. 인천 S고의 한 교사는 "기말고사가 끝난 후엔 학생들이 전혀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다"며 "시험으로 스트레스 받은 학생들을 조금 풀어주고도 싶지만 성적이 아니면 다른 학교생활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고 말했다.일부 학교들이 연극 공연이나 토론 수업 등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도입하고는 있지만 크게 확산되지는 못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다른 나라보다 많은 수업일수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OECD 교육지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국내 초중등학교 법정 수업일수는 190일로 OECD 평균(초 183일·중 181일·고 179일)보다 다소 많은 편이었다. S고 교사는 "현행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정해진 수업일수를 채워야 하는데 중3, 고3들의 진학 및 입시일정에 맞추려면 기말고사를 11월 말~12월 초에는 마쳐야 하다 보니 벌어지는 일"이라며 "그런데도 교육부나 교육청에선 이 때부터 겨울방학 전까지, 그리고 개학 후 봄방학 전 1~2주를 정상적인 학사 운영을 하라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또 다른 중학교 교사(서울 성동구)는 "기말고사를 최대한 늦추고 종업식, 졸업식을 가급적 앞당기는 게 무의미한 등교일수를 최소화하는 방법이지만 그러기 위해선 관련법을 바꾸고 기존 학사 일정까지 총체적으로 바꿔야 하는 문제라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은 "학교 교육이 시험을 목표로 하는 교육과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보니 막상 시험이 끝나면 학생도 교사도 할 게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 기간이야말로 학생들이 진로진학 계획을 세우고 일년간의 과정을 정리하며 마무리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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