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일기자
출근길 공원에서 어르신들을 만난 유종필 관악구청장
등굣길 중고생들도 유 구청장을 만나 인사를 하면 반갑기 그지없다고 했다. 유 구청장이 “나를 어떻게 알지?”라고 물으면 학생들은 “학교 행사 때, 축제 때, 신문에서 봤다”는 등 반응이 제각각이다.이런 재미(?) 때문에 걸어서 출근하는 경우가 느는 지 모르겠다. 그는 “걸어서 출근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선 걷는 것 자체가 좋다. 아내와 대화하는 것도 즐겁다. 주민을 만나 생생한 소리를 듣는 것은 유용하다. 운수 좋은 날은 동전을 줍기도 한다”고 말한다. 가끔 출근 코스에 변화를 주기도 한다. 도중에 구청 뒤 청룡산으로 들어갈 때도 많다. 봄에는 진달래, 개나리가 지천에 널려 있고, 여름엔 녹음 속 매미 소리, 가을엔 낙엽 밟는 낭만이 그만이다. 청룡산 사계절도 누릴 게 적지 않다.유 구청장은 일과 중에도 틈을 내어 동네 구석구석을 걷는다. 그는 “개발이 많이 진행됐지만 아직도 옛 모습 그대로인 곳도 있다. 밤골의 구불구불 좁은 골목길에서 마주치는 할머니 꾸밈없는 미소가 잊히지 않는다. 철없는 아이들의 해맑은 얼굴에 햇빛이 부서진다”고 자랑했다.산동네 낮은 담장 너머 재래식 빨랫줄에 걸린 갓난아기의 앙증맞은 옷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고 전했다. 유 구청장은 “도림천 산책길을 걷노라면 말을 건네 오는 주민들을 날이 갈수록 많이 마주친다. 운동시설에 대한 요구를 비롯 쓰레기 처리, 반려동물 문제, 벽화 관련 의견 등 다양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유 구청장의 걷기에 대한 사랑은 유독하다. 그는 “이런 일들이 걸어 다니기 때문에 가능하다. 차타고 쌩~ 지나가면 볼 수도, 들을 수도, 알 수도, 느낄 수도 없다”고 말했다.재활용 정거장을 운영하는 어르신이 출근길 유종필 관악구청장은 만나 개선 방안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다.
태초에 인간은 걷도록 설계됐을 것이란다. 길은 걷는 자의 것. 걸어야 나의 길이 생긴다. 두 발로 걸으면서 회고하고, 반추하고, 사색하고, 상상하고, 영감을 얻어서 새로운 인생을 향해 갈 수 있다. 그는 “걷는 것은 척추동물만 특권이다. 혼자 걸으면 사색을 할 수 있어 좋고, 둘이 걸으면 대화를 할 수 있어서 좋다. 내일 아침에도 아내와 함께 걸어서 출근해야겠다. 걸으면서 주민들의 생생한 삶의 소리를 들어야겠다”고 맺었다.걷는 기쁨을 계속 느껴보겠단다.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