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경기자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이 지난 1일 서울 서초동 메가스터디교육 본사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손 회장은 우리나라 대입 제도에서 꼭 실현해야 하는 한 가지만 꼽아달라는 질문에 주저하지 않고 "계층전형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진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현행 대입제도를 거쳐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이나 현재 대입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 학부모들만 놓고 물어 보세요. 학교생활기록부에 의해 모든 게 결정되는 이 체제는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일년 뒤 다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한다고 해도 1~2년도 못 가 철회할 가능성이 큽니다."1일 아시아경제와 만난 사교육의 대부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56)이 방향성을 잃은 정부의 대입제도에 대해 거침 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현장 강의에서 손을 뗀 지 7년, 메가스터디 경영 일선에서도 한발 물러나 이제는 개인 자산을 출연해 설립한 '윤민창의투자재단' 업무에 몰두하고 있는 손 회장이지만 30년 넘게 사교육에 몸담아 온 그의 인생 전반은 대학입시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교육부가 당초 2021학년도로 예정했던 수능 개편을 1년 유예한다고 발표한 이튿날 서울 서초동 메가스터디교육 본사에서 만난 손 회장은 "문재인 정부 역시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정책 방향을 선회해 수능 절대평가화를 포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여론의 반발이 거세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정권 말기인 2021년(2022학년도 수능)에 절대평가를 시행한다 하더라도 다음 정권에서는 입시제도가 또다시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손 회장은 "인공지능(AI)이 지배할 4차 산업 시대에는 상위권 학생들만 밀어주는 교육정책 대신 출발선이 공정할 수 있는, 현재의 불평등을 극복할 수 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수능 절대평가, 1~2년 후 원점으로 돌아올수도= 손 회장은 지금 우리나라 입시의 가장 큰 줄기를 이루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일면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해 온 점은 있지만 부의 대물림과 계층의 재생산이라는 측면에서 단점이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저소득층 자녀가 소위 '스카이(SKY)'로 분류되는 최상위권 대학에 자기 힘으로 갈 수 없는 위험한 사회가 됐다"고 했다.우리 교육정책이 수요자가 아닌 공급자 위주로 돌아가고 있는 데 기인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학교 교사들은 벌점과 학생부로 학생들을 통제하려 하고, 학령인구 감소로 우수한 학생들을 놓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인 대학들은 수시 우선 선발을 통해 학생들을 '입도선매(立稻先賣)'하고 있다.학종은 부의 대물림만 심화공급 아닌 학생 맞춤정책 필요계층전형 도입 등 발상 전화을30년간 사교육 대부로 진 맘의 빚청년 창업 지원으로 갚을 것정부가 한 해 유예하기로 결정했지만 다시 2022학년도에 수능 절대평가 전환이 이뤄지더라도 불과 1~2년이 못 가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내다봤다. 손 회장은 "수능을 절대평가화하고 이를 점수로 반영하면, 90점을 받은 학생과 89점을 받은 학생의 등급이 나뉘는 순간 그 불합리함을 보상해 줄 방법이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이었던 2007년(2008학년도) '수능 등급제'가 도입됐다가 엄청난 부작용을 겪고 이듬해 다음 정권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된 예를 들었다.지금 학종 위주의 대입제도 역시 학생들이 고등학교 1학년1학기에 나머지 학창시절의 성패를 결정 짓게 하고, 이후 대입을 위한 새로운 전형을 찾아 사교육으로 몰리는 현상을 가속화시키는 원인으로 지목했다. 손 회장은 "교육문제가 정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보니 학생이 아닌 교육 공급자들의 입맛에 맞춘 정책이 나오고 있는 점이 문제"라면서 "문 대통령 역시 후보 시절엔 수시 비중을 줄인다고 공약했지만 지금 와서는 그런 논의가 없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가난한 학생들의 출발선도 동일하게= 이처럼 불평등한 상황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손 회장은 "더욱 불평등한 대책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대안이 소위 '계층전형' 도입이다.손 회장은 "대학이 소득 10분위에 따라 낮은 계층의 일정 부분까지는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만큼 저소득층 자녀를 우선 선발하고 등록금과 생활비까지 지원해 교육이 계층 상승의 사다리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처한 상황이 다른데 출발이 동일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도 지역균형선발이나 농어촌학생특별전형, 저소득계층 학생들이 응시할 수 있는 전형 등이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각 지방 고등학교의 전교 1~2등 학생, 또는 지역에서도 경제적 여건이 좋은 학생들이 혜택을 받고 있고 그 숫자도 미미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손 회장은 "일부 여유 있는 계층에서는 불만이 나오겠지만 교육의 본질은 인재를 양성하는 일뿐 아니라, 현재 사회의 불평등한 구조를 바꿔 미래 세대에게는 기회의 균등을 보장해 주는 일도 포함된다"며 "이렇게 길러진 인재들이 훗날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슬로건인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에도 부합하는 방향이라고도 덧붙였다.물론 이제 대학입시, 명문대학의 효용성은 저물고 있다. 손 회장은 "저성장 사회에서는 더 이상 대학 간판이 성공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들 알고 있다"며 "대학 서열화와 같은 기존 패러다임이 무너지면 대입에 대한 관점도,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