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대법원을 공격한 헬리콥터. (사진=트위터 캡처)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수개월째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 27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대법원과 국회를 겨냥한 공격이 발생했다고 현지 언론과 AP통신, BBC방송 등이 전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날 대법원 상공에 나타난 경찰 헬기 1대가 대법원장 등이 있는 사무실을 향해 총을 쏜 뒤 수류탄 2발을 떨어뜨렸지만 불발됐다고 밝혔다. 이 헬기는 이번 공격을 주도한 사람들이 탈취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헬기 공격 당시 생방송으로 언론 대담을 진행 중이던 마두로 대통령은 "테러리스트의 공격"이라고 주장하며 "수십명이 죽거나 다치는 비극이 일어날 뻔 했다"고 즉각적인 입장을 내놨다. 이번 공습으로 인한 사상자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마두로 대통령은 즉각 대공 방어태세를 강화하고 "이번 테러 공격을 실행한 범인들을 체포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테러 주체가 명확히 드러나진 않았지만 오스카 페레즈라고 신원을 밝힌 남성이 온라인 영상을 통해 자신들이 이번 범행을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군복을 입고 영상에 등장한 이 남성은 폭정을 일삼고 있는 마두로 정부에 대항해 맞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우리는 군인과 경찰, 민간인들로 이뤄져 있으며 이 범죄 정부에 대항하기 위한 조직"이라고 말했다. 이 남성 뒤편에는 얼굴을 가린 채 무장한 남성 4명이 함께 서 있다. 이들은 또 "우리는 특정한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거나 정당에 속해있는 것이 아니다"며 "우리는 민족주의자이자 애국자"라고 강조했다.
27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위대의 공격을 받은 베네수엘라 국회 앞마당. (사진=EPA연합뉴스)
이날 베네수엘라 국회에서도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몰려와 수류탄과 폭탄 등을 터트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제 위기와 정치적 혼돈이 계속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는 3개월 넘게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현재까지 이 시위로 70명이 넘게 사망하고 10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앞서 반정부 시위대는 지난 12일에도 제헌의회 구성을 허용한 대법원에 불만을 표시하며 방화를 저질렀다. 당시 대법원은 마두로 대통령이 개헌을 위해 추진 중인 제헌의회 구성을 중단해 달라며 오르테가 디아스 법무부장관이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다. 대법원은 야권이 추진했 국민소환투표 등에 대해서도 마두로 대통령에 유리한 판결을 내놓으며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한편 반정부 시위대는 마두로 대통령이 개헌에 반대하는 세력을 탄압하고 공포를 확산하기 위해 이번 사건을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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