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기본으로 돌아가자

박기영 한국짐보리 짐월드 대표 겸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

[아시아경제]2008년 세계프랜차이즈위원회(WFC)에 가입할 때 일이다. 프랜차이즈업이 도입된 지 30년,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KFA)가 설립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세계무대에 얼굴조차 알리지 못한 상태였다. 요즘에는 전 세계 많은 곳에서 이른바 'K- 프랜차이즈' 매장을 쉽게 만날 수 있지만 그땐 한마디로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 협회는 글로벌화가 시급하다고 보고 WFC가입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가입총괄책임을 맡아 각종 서류를 준비한 뒤 WFC본부에서 임원진을 상대로 한국프랜차이즈산업을 소개하는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그런데 이들의 반응이 뜻밖이었다. 우리 프리젠테이션에 담긴 보고 내용이 정말로 정확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우리 관계자들은 당황했다. 이유를 파악해봤다. 몇 해 전 WFC에 접촉한 우리 측 관계자들이 제출한 각종 보고 자료가 맞지 않아 한국 측 통계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지고 한국에 대한 불신이 팽배했던 것. 한마디로 각종 보고서 등이 엉터리여서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내 개인의 명예까지 걸면서 한국프랜차이즈산업의 능력과 신뢰에 대해 WFC 임원진을 상대로 설득했다. 마침내 한국의 국가 위상을 고려해 KFA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정이 내려졌다. 벌써 10년이 지났지만 당시 상황을 생각하면 아직도 얼굴이 붉어질 정도다. 덩치만 컸지 아직 성숙하지 못한 어린아이임을 깨우쳤다. 돌아온 뒤 우리는 변화를 추진했다. 기초 자료부터 다시 확인하고 정리해 나갔다. 기본을 챙기기 시작한 것이었다. WFC와의 신뢰가 쌓여가기 시작했다. 2년 뒤인 2010년 우리는 WFC 총회를 서울에서 성황리에 개최했다. 현재 한국프랜차이즈산업은 매출규모로 세계 4~5위 규모로 성장했다. 한국식 치킨, 떡볶이, 김밥 등은 세계 곳곳에서 현지인의 입맛을 사로 잡고있다. 세계 각국에서 우리 'K-프랜차이즈'를 도입하기 위해 찾아오고 있다. 10년 만에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평소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Basic)'라는 격언을 맘에 새기고 있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원칙을 지키고 기본적인 룰을 지키려고 노력해왔다. 더욱이 프랜차이즈는 신뢰(信賴)의 산업이기 때문이다. 신뢰의 가치로 성공을 공유하는 것이 프랜차이즈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간의 신뢰가 사업 성공의 요체이자 'A to Z'인 것이다.글로벌 프랜차이즈 기업을 오랫동안 운영하다보니 경영 노하우를 알려달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때마다 대답은 항상 똑같다. '계약서대로 하시면 됩니다.' 그동안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들의 신뢰가 무너져 잘 커나가던 기업들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여러 차례 지켜봤다. 그런데 이들이 갈등을 빚고 결국 무너지는 배경은 엄청난 것 때문이 아니었다. '계약대로 하지 않는다', '회사가 하는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등 기초가 흔들려 불신이 쌓이기 시작해 결국 전체가 무너져버린 것이었다.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사태도 기초가 흔들리면서 결국 정권과 국민간의 신뢰가 무너져 빚어진 것이다. 믿고 권력을 맡겼는데 사(私)적인 관계에 국정을 맡겼고 더욱이 거짓으로 변명한 것이 드러났다. "이것도 나라냐"라는 이 한 마디가 국민들의 불신이 어떠했는지를 한마디로 대변해준다. 새 정부가 출발했다. 새 정권은 국민과의 기본계약만이라도 충실히 지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민주국가에서 국민과 정부와의 계약서는 헌법이다. 박기영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회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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