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도전한 이재명 성남시장의 대표 공약은 '기초연금'과 '토지배당'이다.기본소득의 핵심은 전국민 2800만명 가운데 연간 100만원씩의 기본소득을 주겠다는 것이다. 기본소득 지급 대상은 0~29세 유ㆍ소ㆍ청소년과 장애인, 65세 이상 노인, 30~64세의 농어민이 수급대상자가 된다. 기준이 중복되는 장애인의 경우에는 2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이재명캠프의 설명에 따르면 장애아 1명을 포함해 노부모와 함께 사는 농민부부가구(6인가구)의 경우 농민배당 200만원(부부내외), 노인배당 200만원(노부부), 아동배당 200만원(두 자녀), 장애인배당 100만원(장애아) 등 모두 합해 700만원을 받을 수 있다.토지배당정책은 대토지를 보유한 기업이나 다주택자 등을 대상으로 국토보유세를 거둔 뒤 전국민에게 30만원씩의 토지 배당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다. 15조5000억원의 국토보유세를 거둬 국민 각각 N분의 1로 나눠주는 것이다. 토지배당정책에 따라 모든 국민이 수급대상자가 되지만 일부의 경우는 받는 토지 배당액보다 늘어나는 국토보유세 부담이 클 수 있다.이 시장의 기본소득의 특징은 기본소득과 배당은 현금이 아닌 지역상품권으로 지급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소득증가분은 소비증가분으로 이어진다. 이 시장은 기본소득과 토지배당 등은 재래시장 등 골목상권에 활용돼 자영업자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시장은 "실제 성남시도 기본소득제도를 도입해 전통 재래시장의 경기가 살아나는 등 효과를 누렸다"고 설명했다.이 시장의 공약은 진보와 보수 양쪽 모두의 비판을 받았다. 진보진영에서는 기본소득 등의 제도 도입취지 등에 비춰봤을 때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반대로 보수진영에서는 제도의 현실 가능성과 시장에 비춰 급진적이라는 지적이다.◆팩트 체크 =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를 맡은 이상이 제주대 교수는 이 시장의 제시한 공약은 기본소득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기본소득은 자산조사 없이 소득이 있든 없든 모든 국민에게 현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소득이 있거나 재산이 일정 수준 이상인 사람들을 제외하는 현금 지급은 기본소득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 30만원의 토지배당에 대해서도 "모두에게 매달 2만5천 원씩(연간 30만 원) 주는 것은 우리나라의 2015년 1인당 기초생계비인 62만 원에 크게 못 미치는 푼돈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진보진영의 상당수 학자도 비슷한 비판논리를 적용한다.이재명캠프 사회복지분과를 맡은 문진영 서강대 교수는 "모든 사람에게 일하지 않고 충분한 생활이 가능한 형태의 기본소득을 주는 나라는 세계에 없다"면서 "기본소득은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로 정부가 국민에게 소득을 바탕으로 일정액을 지급하는 약소득세(negative income tax)도 기본소득의 유형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외국의 경우 아동수당, 노인수당, 장애인수당 등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러한 형태의 수당이 없는데 이 시장의 공약은 기본소득이라는 이름으로 아동 배당금을 지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재원 조달은 어떻게 = 이 시장은 기본소득과 토지배당을 위해 43조5000억원의 재정이 소요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가운데 기본소득은 연간 28조원이 소요된다. 2800만명에게 각각 연간 100만원이 지급되기 때문이다.이 시장은 재원마련과 관련해 중앙정부 재원관리 강화와 조세감면제도 개선, 재벌과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강화와 초고액 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강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가장 핵심은 30조원의 재원 조달방안으로 제시된 중앙정부의 재원관리 강화를 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예산 전문가인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상임연구원은 "이 시장이 주장하는 것처럼 400조원 재정의 7%를 줄이는 것은 논리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상임연구원은 "증세 없는 복지를 내걸었던 박근혜정부는 대규모 세출구조조정을 약속했고 이를 강력하게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내지 못했다"면서 "기획재정부 등이 보조금을 전수조사하고 통폐합하는 노력을 보였음에도 성과는 미미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세출구조조정은 엄청난 마찰을 피할 수 없는데 그 마찰을 뚫고 나갈 철학과 정책 디테일을 갖췄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토지배당 재원인 국토보유세가 부동산가격 폭락 불러오나= 이 시장은 전 국민에게 30만원의 배당을 약속했다. 이 시장은 "전체 토지자산 가격이 6500조원인데 보유세는 종합부동산세 연간 2조원과 재산세 5조원으로 너무 적다"면서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15조5000억원의 세수를 더 거둬들이겠다"는 입장이다.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제도를 도입할 경우 시장에 엄청난 충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이 시장의 주장대로라면 국토보유세가 시장에 규제를 가하는 것이 돼서 부동산 가격 하락은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 부동산학과 교수도 "도입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우리 현실에 적용하기에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토지공유제를 바탕으로 하는 정책으로 토지 정책의 근간이 바뀌어야 하는데 이는 단순히 세금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이 정도의 제도 개선은 국민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달랑 세제 하나만 도입하는 것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면서 "도입될 경우 기업들의 토지 소유도, 개인들의 다주택 소유도 어려워진다"고 말했다.반면 이재명캠프 토지주택분과를 맡은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토지소유로 인한 불로소득이 막대한데 이를 완화하려는 방법은 국토보유세를 부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국민의 조세저항과 관련해 "세금을 거둬 다른 데 안 쓰고 전액을 국민에게 배당을 하므로 95%의 국민은 수혜를 입게 되기 때문에 조세 저항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소득 등과 합하면 제도상 수혜자(추가 세금보다 더 많은 배당을 받는 사람 비율)는 시뮬레이션 결과 97%에 이른다"고 덧붙였다.부동산 가격 폭락 우려에 대해서는 "금융 거시 경제 요인을 고려해서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폭락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전 교수는 "단기적으로 폭락은 막기 위한 조절이 필요하지만, 시장에 충격을 안 주면서 하향 안정화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제도 도입 상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이미 보유세 제도가 갖춰져 있어 제도 도입 자체의 비용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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