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께 송구' 이재용, 특검 '포토라인' 그 이후…

특검, 피의자 소환에 쏠린 다양한 시선…긴장·기대 교차하는 삼성, '특검 조사 성실히 임하겠다'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12일 오전 9시28분,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 D빌딩 앞. '박영수 특검' 사무실이 있는 이 건물에는 이날 새벽부터 취재진과 특검 관계자 등이 뒤섞여 북새통을 이뤘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특검 소환을 앞두고 현장 상황을 지켜보려는 일반 시민과 시민단체 관계자까지 합세하면서 더욱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예정된 9시30분을 앞두고 이재용 부회장이 탄 승용차가 현장에 도착하자 시선은 일제히 한 곳으로 쏠렸다. 이재용 부회장은 담담한 표정으로 차량에서 내린 뒤 입구 쪽으로 걸어가다가 잠시 멈춰섰다. 이재용 부회장은 특검 포토라인에 섰다.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가 일제히 터졌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일로 좋은 모습을 못 보여드린 점 국민께 송구스럽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자들의 다양한 질문이 있었지만, 그는 "국민께 송구스럽다"는 취지의 한 마디를 전한 뒤 발걸음을 옮겼다. 이재용 부회장의 특검 소환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앞서 특검은 삼성 고위 관계자와 실무진 등을 차례로 소환해 최순실 사건을 둘러싼 의혹을 추궁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특검이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 신분 소환 사실을 공표한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혐의 입증에 자신감이 있다는 의지의 표현일 수도 있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하고 있다는 상징의 표현일 수도 있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검찰 조사도 받았고,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도 참석했다. 검찰 조사 때는 비공개 소환인 관계로 포토라인에 서지는 않았다. 검찰 포토라인은 그 자체로 상징성을 지닌다. 특검은 제대로 수사를 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을 소환한 것은 삼성 관련 사안에 대한 마무리 수순을 의미한다.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을 열어놓기도 했다.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삼성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했지만, '피해자'라는 관점에서 사건을 정리했다. 특검은 피해자가 아닌 피의자라는 관점에서 사건에 다가서고 있다. 특검은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검찰이 확인하지 못한 새로운 증거가 나올 지는 지켜볼 일이다. 삼성 측에서는 초조한 표정으로 특검 조사를 지켜보고 있다. 삼성은 "특검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기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고자 말을 아끼는 형국이다. 다만 대가를 바라고 지원을 한 게 아니라는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특검 조사를 통해 오해가 풀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섞여 있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과 김모 전무 등이 처리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건 잘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을 지켜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특검이 법과 원칙에 따라 성역 없는 수사를 해야 한다는 당위론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특검이 어떤 결론을 정해 놓고 퍼즐을 맞춰 나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특검이 내릴 선택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 결과에 따라 평가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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