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소방관을 종 취급하는 한국인들

벌집제거, 애완동물 구조 등 비긴급 생활 민원 5년새 두 배로...정작 주 임무 소홀 일쑤...폭행·허위신고도 많아...안전처 '의용소방대 활용 늘릴 것'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외국에선 가장 존경받고 어디가나 신분을 밝히면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는데, 우리나라는 민원인들에게 맞지나 않았으면 하는 게 소원이다. 긴급 신고가 들어와 출동해 보면 고양이가 있다고 꺼내 달라거나 거구의 남성이 손가락만한 벌집을 제거해달라고 할 때도 있어 한숨이 나온다. "서울 지역 한 소방공무원의 한탄이다. 3조 3교대로 사흘에 한 번씩 야근을 밥먹듯이 하고, 시시때때로 화재ㆍ교통사고 등 참혹한 현장에서 심리적ㆍ육체적 상처를 감수하며 사회의 안전을 지켜내고 있지만, 정작 사람들로부터 '종' 취급받을 때가 많다는 호소였다. 실제 최근 119구조대에 시급하지 않은 생활 민원성 신고가 급증하면서 소방대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19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119구조대 생활안전 민원 활동 건수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총 116만7620건에 이르며, 특히 2010년 14만5624건에서 2014년엔 33만3451건으로 두 배가 넘게 증가했다. 종류 별로는 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벌 퇴치, 벌집 제거가 가장 많다. 2010년 5만7167건에서 2014년 11만7534건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멧돼지 등 퇴치, 유기동물 구조 등도 같은 기간 3만6908건에서 6만3667건으로 증가했다. 기후 온난화에 따른 기상 이변으로 급ㆍ배수 지원 출동 건수도 9303건에서 4만4676건으로 늘었다. 이로 인해 119구조대원들은 위험하지도 않은 신고 때문에 출동했다가 정작 주임무에 소홀해지기 일쑤다. 실제 지난 7월 서울의 한 소방파출소 소속 119구조대원들은 차 밑에 고양이가 있으니 꺼내 달라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비슷한 시간 관할 지역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에는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19구조대원들에 대한 폭행이나 허위 신고도 심각하다. 213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소방관 폭행 건수는 369건, 허위신고 건수는 2만7803건에 달한다. 보다 못해 안전처는 내년부터 벌집 제거, 동물 구조, 문ㆍ엘리베이터 갇힘 사고 등 생활 안전 업무는 의용소방대나 지자체, 민간 전문 업체ㆍ단체 등에 넘기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벌집 제거ㆍ동물 구조의 경우 뱀ㆍ멧돼지 등 위해동물이 아닐 경우 의용소방대를 교육시키고 장비를 지급해 투입하도록 정책 및 제도 개선, 예산을 마련 중이다. 안전처 관계자는 "소방이라는 공공재는 화재의 발생이나 응급환자 발생 등 더 중요하고 긴급한 상황에 투입되는 게 제한된 인력과 제한된 장비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길"이라며 "국민들의 의식도 벌집 제거ㆍ열쇠 따주는 일등은 정당한 대가를 주고 서비스를 제공받겠다는 쪽으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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