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도기자
지난 28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주류와 비주류의 '6인 중진협의체' 참석 의원들이 회동하고 있다. 이날 모임에는 나경원, 원유철, 김재경, 정우택, 주호영, 홍문종 의원이 참석했다.
◆대통령 3차 담화 이후 ‘안갯속 탄핵’…야당이 못박은 탄핵 'D데이' 겨우 이틀 남기고 '자중지란'= 비주류 지도부가 직접 나서 '선(先)퇴진 로드맵 협상' '후(後)탄핵 추진'으로 표 단속에 나섰지만 향후 정국은 다시 안갯속에 빠져들고 있다. “국회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박 대통령은)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이란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예상이 들어맞는 순간이다. 30일 여야 정치권은 야당이 못박은 탄핵 '디데이'를 불과 이틀 남기고 자중지란을 겪었다. 전날 박 대통령의 3차 담화 직후 야 2당과 여당 비주류는 '강ㆍ온ㆍ약'으로 입장이 엇갈렸다. 민주당은 주저 없이 탄핵 추진 의사를 밝혔지만, 같은 야당인 국민의당은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주춤하는 모양새다. 문제는 탄핵의 열쇠를 쥔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였다. 비박 진영은 '시한부 여야 협상 카드'를 들고 나왔다. 여당 비주류는 이날 오전 비상시국위원회 회동 직후 이 같은 입장을 정했다. 협상 기한은 다음 달 8일 밤까지다. 빨라야 9일 본회의 표결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대변인인 황영철 의원은 "먼저 (박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한 여야 간) 협상을 진행하고 합의가 안 되면 9일 (본회의에서) 탄핵안 표결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탄핵안 가결을 위한 정족수는 확보됐다"고 자신하면서도 "대통령 스스로 사퇴 시한을 명확히 밝혀야 하고 시점은 4월 말이 가장 적절하다"고 못 박았다. 결국 탄핵안의 운명은 12월 첫 주의 여야 협상에 달리게 됐다. 청와대 참모진과 친박(친박근혜) 핵심 인사들 사이에 형성된 명예로운 퇴진에 대한 공감대가 비박 진영으로 옮아갔다는 뜻이다. 정권 창출의 공동 주역인 비박계가 대통령 제안을 단박에 걷어차고 탄핵만을 주장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정치공학적 셈법도 깔렸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여당 친박의 교란작전에 말릴 수밖에 없다는 불안감은 결국 현실화됐다. 앞서 정치권과 학계에선 "급작스러운 하야나 불확실성이 큰 탄핵 모두 국가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경고가 팽배했다. 관건은 다음 달 9일 탄핵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면 가결될 수 있느냐 여부다. 이미 전선이 흐려져 동력이 약화됐다는 판단이 우세하다. 비주류 측 황영철 의원은 "국민만 바라보고 간다는 입장"이라고 밝혔지만 결과를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 여권에선 40명이라던 비박계 탄핵 찬성 의원의 숫자가 반 토막 났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여당 비주류가 표 단속에 실패할 경우 탄핵은 물 건너가고 박 대통령에게 합법적 면죄부를 주게 된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과 야권성향 무소속을 합한 171명은 탄핵 가결 정족수(200명)에서 29명이 모자란다. 정치권에선 탄핵의 혼란을 우려해 개인적으로 반대하는 야당 이탈표도 10명 안팎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