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멘델스존 169주기…신랑·신부 행진할 때 연주되는 그 음악의 사연
'딴딴따단~' 결혼식이 끝나고 신랑과 신부가 퇴장할 때 항상 연주되는 곡이 있죠. 부부로 첫 발을 내딛으며 듣게 되는 이 곡은 펠릭스 멘델스존이 작곡한 '한여름 밤의 꿈' 중 '결혼행진곡'입니다. 그런데 이 음악은 언제부터 결혼식에서 연주됐을까요? 4일은 멘델스존 타계 169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그리고 결혼행진곡이 실제 결혼식에서 처음 쓰인 것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 남짓 지난 1858년 1월이었습니다. 주인공은 영국의 빅토리아 공주. 그는 프러시아의 프레데릭 윌리엄 왕자와 결혼식을 올리면서 직접 바그너의 '혼례의 함창'을 입장곡으로, 멘델스존의 '결혼행진곡'은 퇴장할 때 연주할 곡으로 선택했다고 합니다. 왕실의 결혼식에 사용되자 귀족들도 따라 쓰면서 이 두 곡은 결혼식의 레퍼토리가 됐습니다.결혼식의 '공식 레퍼토리'이지만 이 두 곡이 가지고 있는 배경은 좀 다른데요. 입장곡인 혼례의 합창이 나오는 바그너의 가극 '로엔그린'은 비극으로 끝나지만 결혼행진곡이 등장하는 '한여름 밤의 꿈'은 해피엔딩이라고 합니다.멘델스존의 작품이 밝고 희망적인 데는 그가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엄친아'였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혼생활도 순탄했습니다. 그는 당시 프랑크푸르트 최고 미녀로 꼽히는 소프라노 세실 장르노와 결혼해 5명의 자녀를 낳았죠.멘델스존에게는 남매 이상으로 서로를 아끼는 누나도 있었습니다. 뛰어난 작곡 실력을 지닌 천재였고 늘 동생의 작품을 처음으로 듣고 평가했던 파니 멘델스존입니다. 동생을 능가하는 천재였던 파니는 500여 편의 작품을 작곡했지만 1847년 42세의 나이로 갑자기 사망했습니다. 멘델스존 역시 충격과 과로 등이 겹쳐 그해를 넘기지 못했습니다.결혼행진곡은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사장될 위기를 겪기도 했습니다. 나치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그가 남긴 음악을 없애라고 지시한 것이죠. 하지만 제국음악원 총재였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한여름 밤의 꿈'을 대체할 작품을 쓰라는 지시를 받자 사임해 버렸습니다. 결혼행진곡은 나치도 넘볼 수 없는 음악이었던 셈입니다.김철현 기자 kch@asiae.co.kr이진경 디자이너 leejee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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