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민 국제부장
미국의 가수 밥 딜런이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노벨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스웨덴 한림원이 흥행을 위한 결정을 했다는 비판이 많다. 충분히 이해한다. 그의 음악을 즐겨 들은 이들은 이미 1960년대의 흘러간 세대이고 지금 세대들은 그의 노래가 라디오나 스마트폰 스트리밍에서 나오면 아마도 고리타분하다며 채널을 돌릴 게다. 그런 그가 지금 전세계 문학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제치고 노벨 상을 받았으니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기자는 그가 단순히 운율에 맞춘, 시적인 표현의 노랫말을 잘 써 이런 큰 상을 받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민속 음악으로 여겨지던 포크음악에 저항 정신을 담은 운율을 붙여 '프로테스트 송(protest song)'으로 거듭나게 한 공로를 치하한 것이라 생각해 본다. 미국과 영국이 비틀스 열풍에 휩싸여 있는 가운데 딜런은 그의 '의식'을 담은 노래를 선보였다. 그는 63년 8월28일 워싱턴DC에서 행히진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나는 꿈이 있다(I have a dream)' 연설 직후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당시 시대 상황도 딜런이 현실을 외면하지 않게 했으리라. 그가 등장한 60년대는 미국은 베트남전, 흑인 민권운동, 매카시즘, 히피 등 당시 극도의 혼란을 겪던 때다. 딜런은 이후 사회 비판에서 벗어나 개인주의적 성향으로 돌아섰다. 그가 변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자의 생각은 다르다. 오히려 자신의 노래 '라이크 어 롤링스톤(Like a rolling stone)' 처럼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며 시대와 호홉했다. 백인 살해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흑인 복서 루빈 '허리케인' 카터의 사연을 노래한 것도 그런 예다. 그의 수상을 비판하기에 앞서 그가 만든 노래가 전달하는 메시지와 문제의식을 곱씹어 보기를 권한다. 그의 출세작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가 실린 2집 '프리윌링(Freewheeling)'에 실려 있는 '밥 딜런의 꿈(Bob Dylan's Dream)'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우리는 늙을 것이라 생각지 않았고 언제나 즐겁게 살 거라 생각했지만 확률은 100분의 1이었지(We never thought we could ever get old We thought we could sit forever in fun But our chances really was a million to one)'. 53년의 세월이 지났고 나라도 다르지만 딜런의 꿈이 실현 됐을까. 권력에 기댄 부모 덕에 가진 기회를 실력이라며 당연하단 듯 자랑 해대는 이의 SNS글이 회자되는 지금 우리의 현실은 맞다고 답을 할 수 없게 한다. 백종민 국제부장 cinqang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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