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읽다]'우울과 자살공화국'…앞이 안보인다

노인·청소년 자살 급증…우울증에 대한 종합 대책 마련해야

▲노인 자살률이 시간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대한민국은 우울공화국일까요. 우울한 대한민국에서 자살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금도 우리 곁에 있는 누군가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자살공화국이란 오명을 쓴 지 오래됐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습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특히 2000년 이후 노인자살이 증가하고 있어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의 자료를 보면 노인 10만 명당 자살자수는 60~64세의 경우 1995년 17.4명에서 20005년 48명으로 늘어났습니다. 85세 이상도 1995년 25.4명에서 127명을 급증했습니다. 60세 이상 노인이 자살 충동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경제적 어려움(35%)' 때문이라고 답한 노인이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신체 질환(35%), 외로움과 고독(11%)을 꼽았습니다. 고령화 사회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노인의 빈곤이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정부가 적극 이 같은 문제 해결에 위해 나서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청소년도 다르지 않습니다. OECD가 '청소년 자살 증가율'을 조사했는데 2000~2010년 칠레가 52.9%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고 그 다음으로 우리나라(46.9%)였습니다. 여기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20~30대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었습니다. 한창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 가정의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할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현실입니다. 자살은 10대 사망원인 2위, 40대 사망원인 3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OECD 국가 중 최악의 자살률이라는 오명으로 덧칠됐습니다. OECD가 내놓은 통계자료에서 2010년 10만 명당 자살률은 영국 6.7명, 스웨덴 11.7명, 일본 21.2명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보다 한참 높은 33,5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쯤 되면 우리나라의 '자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으로 나아갑니다. 질병에 걸려, 사고로 어쩔 수 없이 죽음을 맞는 경우가 아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입니다. 우리나라 남녀 사망원인별 사망 원인을 보면 1위는 암입니다. 2위 뇌혈관 질환, 3위 심장질환에 이어 4위가 자살입니다. 자살은 우울증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자살한 사람의 심리 부검결과 90% 이상이 우울증에 걸렸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홍승봉 대한뇌전증학회 회장은 "우울증은 뇌의 세로토닌 감소가 원인"이라며 "우울증 증상으로는 불면, 만성피로, 목과 허리 통증, 두통 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울증의 증상이 대부분 내과적 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보니 우울증 환자가 처음 찾는 병원은 대부분 내과였습니다. 홍 회장은 "우울증 환자가 정신과를 먼저 찾는 게 아니라 내과를 가장 먼저 찾는다"며 "설문조사한 결과 우울증 환자가 첫 번째로 찾는 곳은 내과 64.7%, 산부인과 9.5%였고 정신과는 5.6%에 머물렀다"고 말했습니다. 우울증 치료에 대한 적극적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고 국가적 대책 마련도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홍 회장은 "모든 환자들에게서 우울증 검색을 위한 우울증 척도 검사를 하고 우울증 치료법에 대한 교육과 치료 후에는 정기적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박건우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는 "우울증 진단과 치료에 모든 의사가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최호순 대한내과학회 기획이사는 "내과적 만성질환의 상당 부분은 우울증과 동반된다"며 "내과적 만성질환자에서 동반된 우울증에 대한 조기 진단과 치료에 대한 제도적 지원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성적 고민, 학교폭력, 집단 따돌림 등의 스트레스로 청소년의 자살률도 높아졌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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