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원료공급 SK케미칼' 책임은?

SK케미칼, 가습기 살균제 원료 공급[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유아를 포함해 200여명이 죽고 피해자만 1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가습기 살균제 사건. 현재 가습기 살균제 사건 수사의 핵심 타깃은 '옥시'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번 사건의 진정한 원흉은 옥시가 아닌 'SK케미칼'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피해자들이 사용한 살균제 대부분이 SK케미칼이 공급한 화학물질을 원료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재 검찰의 수사와 국민적 비난이 제품을 판매한 기업에 몰려있고 정작 원료를 공급한 SK케미칼은 배제돼 있다.실제 1994년 유공(현 SK케미칼) 바이오텍 사업팀은 18억원을 투자해 물에 첨가하면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을 완전 살균해주는 '가습기메이트'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SK케미칼은 국내 최초일 뿐 아니라 세계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SK케미칼이 개발한 가습기메이트의 주요 성분은 CMIT·MIT이다. 이 두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자는 총 58명(사망 18명, 2013년 9월 정부 접수분)에 이른다. CMIT·MIT를 생산하는 업체도 SK케미칼이다. 그러나 SK케미칼은 가습기메이트 출시 당시 언론에 '독성 실험 결과 인체에 전혀 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라고만 밝혔을 뿐, 주요 성분은 밝히지 않았다.SK케미칼은 현재 검찰 수사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검찰이 PHMG·PGH 성분의 제품을 제조한 기업만 조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료 생산 기업'으로 범위를 확대하면 얘기가 전혀 달라진다. PHMG 역시 SK케미칼이 국내에서 독점 생산하는 원료이기 때문이다. 유공은 1996년 12월 환경부에 PHMG 제조 신고를 하며 '항균 카펫 등의 첨가제'로 유해성 심사를 신청했다. 이듬해 3월 환경부는 '유독물 해당 안 됨'으로 이를 통과시켰다. 이때부터 흡입 독극물 PHMG가 일반 공산품에까지 널릴 쓰일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1994년 유공(현 SK케미칼)이 개발한 '가습기메이트'의 신문광고. '내 아이를 위하여 가습기엔 꼭 가습기메이트를 넣자'는 문구가 눈에 띈다.

SK케미칼이 2003년 PHMG를 수출할 때 오스트레일리아 정부 당국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PHMG를 흡입하면 위험할 수 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SK케미칼이 국내에서 PHMG를 판매할 때 구매업체에 건넨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도 '흡연하지 마시오' 등의 문구가 쓰여 있다. 이와 관련, SK케미칼 관계자는 "현재 검찰과 환경부의 조사가 진행중이라 답변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정부가 공식 인정한 피해자 221명 중 177명(사망 70명 포함)이 SK케미칼이 공급한 PHMG 성분의 제품을 썼다. CMIT·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는 원료를 공급하는 동시에 직접 만들기도 했다. 무엇보다 SK케미칼은 살균제를 흡입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오늘날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발단을 제공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은 지난 3월 SK케미칼 전·현직 임원 14명을 검찰에 고발했다.'가습기살균제 참사 전국네트워크'는 23일 SK케미칼 책임자들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서울중앙지검장과 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에 제출할 예정이다. 장동엽 참여연대 선임간사는 "1994년 처음 개발 당시 흡입독성실험과 위해성 점검을 제대로 했다면 이 제품은 판매되지 못했을 것이고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검찰이 옥시와 롯데에만 칼날을 겨누다 수사를 이대로 마무리 지으려 한다면,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진상과 피해는 또 다시 묻히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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