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대만 첫 여성 총통 취임

兩岸 교역 정면돌파 '차이노믹스' 뜰까…GDP 3분기째 마이너스 성장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 당선인(사진=블룸버그뉴스).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차이잉원(蔡英文) 당선인이 20일(현지시간) 대만 총통으로 공식 취임하면서 민주진보당(民主進步黨ㆍ민진당) 정부의 출범을 알린다.조용한 성격의 차이 당선인은 그동안 자기가 속한 민진당이 경제 포퓰리즘, 반(反)중국, 친(親)독립 성향에서 벗어나 좀더 온건한 관점을 수용하도록 촉구해왔다.그 결과 그는 지난 1월 16일 치러진 총통선거에서 승리해 8년 만의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같은 날 치러진 총선에서도 민진당이 압승해 의회인 입법원(立法院)을 장악했다.그러나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민진당 정권에 밀월기간이 없을 듯하고 최근 보도했다. 차이 당선인은 성장세가 시들하고 젊은이에게 일자리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는 대만 경제를 반드시 살려내야 한다. 밖으로는 살얼음판 같은 대(對)중국 관계를 원만히 다뤄야 한다.중국 정부는 친독립 성향의 대만 민진당 정권이 공식 출범하기에 앞서 또 경고 신호를 보냈다.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의 마샤오광(馬曉光) 주임은 11일 "양안(兩岸ㆍ중국과 대만) 관계에 변화가 생길 경우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양안간에 교착이나 위기 국면이 조성되면 현상을 변화시킨 이가 책임져야 한다"고 경고했다.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중국인민해방군이 차이 당선인의 총통 취임에 앞서 대만과 태평양상의 미국령 괌을 겨냥해 첨단 미사일까지 대거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16일 보도했다. 중국군이 대만과 마주한 푸젠(福建)성 일대에 '항공모함 살수'로 불리는 '둥펑21D(DF-21D)' 미사일을 배치했다는 것이다.중국군 기관지 해방군보(解放軍報)는 '대만 공격의 선봉'으로 불리는 제31집단군이 동중국해에서 대규모 상륙훈련을 하고 있다고 17일 보도했다. 제31집단군은 푸젠성 샤먼(廈門)에 주둔하는 부대로 1958년 진먼다오(金門島) 주둔 대만군과 포격전을 벌인 바 있다.이는 차이 당선인에게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라고 압박하는 한편 미국에 맞서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차이 당선인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만 경제다. 지난달 29일 대만 통계청은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동기 대비 0.84%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한 것이다.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은 "대외 수요가 계속 약한 상태여서 대만의 경기회복에 탄력이 붙기 어렵다"며 "대만 노동시장에서 임금 상승률도 약세로 전환한데다 실업률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중국에 대한 대만의 교역 의존도는 심화했다. 게다가 대만 인구가 고령화하고 공무원 연금은 파산으로 치닫고 있다.대만이 고성장을 구가할 당시 국민당 정부는 주로 제조업 발전에 투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제 차이 당선인이 혁신과 외국인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제성장에 아무 도움도 안 되는 규제를 철폐하고 정부 부처간 협력을 강화하며 행정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뜻이다.차이 당선인은 차기 정부 각료 인선에서 정치적 역량보다 전문 능력을 중시했다. 차기 정부의 행정원장(우리의 총리격)으로는 린취안(林全) 전 재정부장을 내정했다. 경제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차이 당선인은 차기 내각에 노련한 국민당 인사들도 끌어들였다. 대만 국영 항공우주업체 한샹(漢翔)항공의 전 회장인 펑스콴(馮世寬) 예비역 공군 대장을 국방부장으로 택한 게 대표적인 예다. 이는 대만의 방위산업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경제부장에는 에너지 전문가인 리스광(李世光) 대만대학 교수가 지명됐다. 민진당의 대만 비핵화 공약과 무관하지 않은 인사다.차이 당선인은 대외 교역관계 강화도 바라고 있다. 그는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교역관계를 한층 끌어올리고 일본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으면 하고 바란다.그는 20일 취임사에서 동남아 국가를 대상으로 한 '신남향(新南向)' 정책 추진 의사도 밝힐 듯하다. 신남향 정책이란 과거 대만 기업들의 동남아 투자를 늘리는 남진정책에서 벗어나 좀더 다원적이고 다층적으로 동반 협력관계를 모색하겠다는 것이다.문제는 중국이다. 그동안 중국은 대만과 다른 나라의 FTA 체결을 방해해왔다. 오늘날 싱가포르ㆍ뉴질랜드가 중국ㆍ대만과 나란히 협정을 체결했을 뿐이다.
마잉주(馬英九) 총통 정부 아래서 대만과 중국의 교역 관계는 크게 확대됐다. 대만은 몇 안 되는 대중국 무역 흑자국이다. 이는 대만의 계약생산방식(CM) 및 자본설비 수출 덕이다.그러나 많은 대만인이 무역ㆍ경제 협정 등 마 총통 정부 아래서 이뤄진 양안관계에 불만을 갖고 있다. 실제로 2년 전 양안서비스무역협정 체결 이후 이른바 '해바라기(太陽花)운동'이 전개됐다.대만 청년층 다수가 해당 협정으로 대만의 일반 상품뿐 아니라 노동 시장까지 중국에 개방ㆍ통합되고 중국의 싼 노동력이 대만으로 유입돼 자기들 일자리마저 빼앗기지 않을까 하는 절박감에 적극 가담한 것이다.이는 마 총통이 2008년 집권 이래 추진해온 대중국 관계 개선, 협력 강화가 중국에 대한 종속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대만인들의 경계심이 극도로 표출되는 계기이기도 했다.이로써 국민당 정부의 정국 주도권은 급속도로 약화했다. 같은 해 하반기 홍콩의 반중 민주화 시위까지 겹치면서 지방선거에서 민진당 등 야권이 대승할 수 있었다. 이는 지난 1월 민진당의 재집권으로 이어졌다.차이 당선인은 양안 교역문제를 정면 돌파하는 수밖에 없다. 대만의 경제성장은 교역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대만이 양안교역에 신경 쓰지 않을 경우 중국은 대만의 신정부를 신뢰하지 않고 대만이 본토로부터 더 떨어져 나가려는 게 아닌가 의심할 수도 있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대만 총통선거 유세 기간 중 인형이 가게에 등장할 정도로 차이잉원(蔡英文) 민진당 주석의 인기는 대단했다(사진=블룸버그뉴스).

차이 당선인은 양안 교역 및 경제협정에 대해 감시하는 법안을 둘러싸고 시민단체, 학생 지도부와 협상 중이다. 그는 민진당의 법 초안에서 대만과 중국이 별개 국가로 표현되는 것을 피할 생각이다. 시민단체, 학생 지도부가 그의 이런 전술을 수용할 것이라는 말도 돌고 있다.중국은 대만을 일개 '반도(叛徒)의 성(省)'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대만과 중국이 별개 국가로 표현된다면 중국을 자극할 게 뻔하다.법안은 오는 7월 끝나는 입법원 회기 중 심의될 예정이다. 그러나 대만 국민이 양안의 미래 협정에 공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다거나 이를 법률적으로 충분히 검토할 시간조차 없다는 불만이 벌써 터져나오고 있다.법안 마련과 관련해 민진당은 차이 당선인에게 끌려가는 형국이다. 문제는 그가 대중국 관계 강화를 원치 않는 당내 강경 친독립파와 어떻게 화합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그가 대중국 관계에서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것은 교역문제만이 아니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7일 싱가포르에서 이뤄진 마 총통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역사적인 정상회담 같은 양안 친선관계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한다.시 주석은 대만의 차기 정부가 다소 느슨하나마 대만이 중국의 일부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13일 대만 경제일보 등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차이 당선인은 '하나의 중국' 합의가 이뤄진 역사적 회담 사실만 취임사에서 언급하며 중국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날 듯하다.그는 취임사에서 중국이 압박해온 '92공식(九二共識ㆍ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은 사용하기로 한 합의)'이나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대신 지난해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행한 연설 내용을 바탕으로 '92회담'의 역사적 사실만 확인하고 양안이 구존동이(求存同異ㆍ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같은 점부터 찾는 것) 정신을 정치 기초로 삼아야 한다는 점에 대해 강조할 예정이다.92회담이란 1992년 11월 중국의 해협양안관계협회(海峽兩岸關系協會)와 대만의 해협교류기금회(海峽交流基金會)가 92공식에 합의한 회담을 말한다.차이 당선인은 취임사에서 정권 교체의 의미, 대만이 직면한 도전, 양안관계, 대외환경 등 4대 부문으로 나눠 산업구조 개편, 경제진흥, 장기 요양 간병 정책, 연금 개혁문제 등 내정 위주로 발언한다.롼자오슝(阮昭雄) 민진당 대변인은 11일 "양안 정책에 대한 차이 당선인의 입장이 매우 분명하다"며 "현상유지와 대만의 자유ㆍ민주 유지, 대만해협 평화 및 양안의 안정적 발전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 당선인도 평화를 약속하고 대만의 지위에 일방적인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그러나 중국은 더 많은 것을 요구할 듯하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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