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는 밥] 변절자 신숙주와 숙주나물

혼자 자고, 혼자 TV 보고, 혼자 노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지만 혼자 치킨을 먹고 싶을 때가 가장 난감하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가슴 깊이 공감했다. 당연히 1인 1닭인데 난감하다니?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참다 참다 기어이 치킨을 시켜 먹다 보면 꼭 남게 된다. 버리긴 아까워 결국 남은 음식을 책임지는 건 냉동실뿐인데 남은 음식과 식재료들을 꾸역꾸역 밀어 넣어 항상 가득 차 있다.

오래 보관이 어려운 식재료나 남은 음식은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숙제이다. 요즘은 1인 가구가 늘어나 마트나 백화점에 소량씩 판매하는 식품들이 많이 눈에 띄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엔 남기 마련이다. 더구나 하루 이틀만 지나도 쉽게 상해버리는 재료는 먹고 싶어도 장을 볼 때 손이 잘 가지 않는다.

금방 상하고 쉬이 무르는 대표적인 식재료로 숙주나물이 있는데 이런 성질 때문에 숙주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조선 세종 때 한글 창제에 큰 공을 세운 집현전 학자로, 학문과 정치, 외교 안보 등 다양한 국정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남긴 신숙주는 단종을 잘 지키라는 세종의 유언을 어기고 계유정난에 세조를 도와 세조 즉위 후 영의정에까지 오르며 부귀영화를 누리게 된다. 이를 두고 세상 사람들이 신숙주의 절개가 녹두나물처럼 잘 변한다고 하여 녹두나물을 숙주나물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숙주나물이라는 이름을 언제부터 사용했는지 정확하지 않아 신숙주 때문에 생겨난 것인지, 아니면 숙주나물이라는 이름이 먼저 있었고 이 나물의 특성이 신숙주의 변절과 비슷하다고 해서 후대에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쉽게 상하는 음식은 한 번에 요리해 먹어버리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냉장고는 좁지만 내 뱃속은 넓고도 넓지 않은가! 사실 숙주나물은 데쳐서 무쳐 놓으면 한 줌밖에 되지 않으니 남길 이유도 없다. 어쩌다 숙주나물이 배신의 아이콘이 되어 버렸지만 아삭아삭한 그 맛은 언제나 우릴 배신하지 않는다.

숙주쌀국수무침

숙주쌀국수무침

주재료

숙주 1줌(100g), 오이 1/4개, 쌀국수 25g, 깨소금 약간

양념 재료

매실청 1, 고추장 1, 고춧가루 0.5, 설탕 0.5, 식초 1

만들기

▶ 요리 시간 25분

1. 숙주는 꼬리를 다듬어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물기를 제거한다.

(Tip 숙주는 오래 데치면 질기고 맛이 없다.)

2. 오이는 채 썰고 쌀국수는 찬물에 10분 정도 담가 부드러워지면 끓는 물에 데쳐 찬물에 헹군 뒤 물기를 꼭 짠다,

3. 분량의 양념 재료를 섞는다.

4. 볼에 숙주, 쌀국수, 오이를 담고 양념장을 넣어 버무린 후 깨소금을 뿌린다.

글=푸드디렉터 오현경, 사진=네츄르먼트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