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2주기]'오늘 비는 아이들의 눈물'…안산 추모제 마무리 (종합)

전국에서 모인 3000여명 기념식부터 행진까지 끝까지 함께 해

▲16일 경기도 안산에서 열린 '416걷기 진실을 향한 걸음' 참가자들이 인형탈과 꽃만장을 들고 행진을 하고 있다.

[아시아경제(안산)=문제원 수습기자] 16일 경기도 안산시 정부 합동분향소에서 세월호 참사 2주기 '기억식'이 진행됐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을 비롯해 2년 전 그날을 기억하는 3000여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기억식은 무거운 침묵 속에서 차분했다.주최 측이 준비한 2000개의 의자에 앉지 못해 서서 기억식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대구에서 온 서강민(45)씨는 "2014년 그날을 기억하고 있는 분들이 많이 와서 놀랬다"며 "유가족들이 겨우 받아낸 특별법이 있지만 아직 뭐가 잘못됐는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묵상으로 막을 연 기억식엔 남경필 경기도지사,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제종길 안산시장,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이석태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전명선 4·16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누군가는 이제 잊으라, 그만하라고 하지만 국민들이 시키는 대로 가만있지 않겠다"며 "진실을 밝혀 낼 때까지 끝까지 잊지 않고 우리 아이들의 희생이 대한민국에 안전한 사회가 마련되는데 밑거름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남경필 지사는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가장 좋은 길이다"며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그 길로 명확하게 가지 못하고 있다. 제대로 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그리고 조속한 인양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경기도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기억식'이 진행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서 희생된 단원고 2학년3반 고(故) 박예슬양의 동생 예진양은 이날 무대에서 언니에게 쓴 편지를 읽기도 했다. 그는 "어딘가에서 분명 듣고 있을 언니에게 한번도 전하지 않았던 말을 해보려 한다"며 "평생 함께 할 줄 알았던 우리가 이제는 서로의 빈자리를 바라볼 수밖에 없어 너무 슬프다"고 했다. 편지를 읽는 목소리가 떨리며 이내 박 양이 울먹이자 추모객들 사이에서도 울음이 터져나왔다. 그는 "가끔 언니 목소리가 들리고 언니 모습이 눈에 아른거릴 땐 그 품 속이 너무 그립다"고 덧붙였다.이날 추모 공연으로 성우 김상현씨가 낭송한 기억시와 가수 조관우가 부른 '풍등', 416가족합창단의 '어느 별이 되었을까', '잊지않을게' 등이 울려 퍼졌다. 1시간30분 정도 진행된 기억식이 끝나고 합동분양소 안으로 들어가려는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들과 교복을 입은 학생, 휴가를 나온 군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합동분양소 입구 안쪽에서는 유가족들이 직접 추모객들은 맞았다. 추모객들은 눈물을 흘리며 인사를 하는 유가족들의 손을 한참이나 잡고 슬픔을 나누기도 했다. 몇몇 사람들은 유가족을 껴앉고 소리내 울었다 단원고 학생들과 선생님들도 이곳을 찾아 추모를 했다. 교복을 입고 온 학생들은 영령 앞에 헌화를 한 후 희생된 선·후배의 사진을 천천히 바라봤다.
추모객들은 이어 오후 2시부터 '416걷기 진실을 향한 걸음'에 참가했다. 사전 접수를 한 2000명을 비롯해 현장 접수 인원 1000여명 등 3000여명(주최 측 추산)이 함께 한 행진은 합동분향소 정문에서 시작해 단원고등학교와 서울프라자를 거쳐 화랑유원지 대공연장으로 이어졌다. 약 200m 정도의 행진 거리는 추모객들의 발걸음으로 채워졌다.참여자들은 9개의 거대 인형 및 각각 304개의 꽃만장과 인형탈을 나눠들고 걸었다. 탈과 꽃만장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304명을 뜻한다. 거대 인형은 아직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들의 형상을 본 따 만들었다. 꽃만장은 희생된 아이들이 꽃으로 피어나길 희망하는 마음을 담아 유가족들이 직접 만들었다. 인형탈은 전국의 세월호 2주기를 추모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보내줬다.꽃만장을 들고 행진하던 이성미(여·34)씨는 "사고가 난 첫날부터 지켜봤지만 진실규명을 비롯해 2년 동안 달라진 게 거의 없다"며 " 빨리 세월호가 인양되고 미수습자도 가족 품으로 돌아가 제대로 추모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세월호 추모식에 참여하게 위해 전국에서 모였다. 광주에서 왔다는 박하경(17)양은 "안타까운 마음도 있고 어떻게든 유가족들을 도와주고 싶은 생각에 왔다"며 "분향소에서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학생들 영정사진을 봤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했다.'예슬이 엄마' 노현희씨는 딸 그리고 아이들 친할머니와 함께 걸었다. 노씨는 "그냥 쓰리고 아프다 특히 이런 날은 더하다"며 "참여해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걷기 행사가 끝난 후 4시부터는 화랑유원지 대공연장에서 추모문화제 '봄을 열다' 행사가 이어졌다. 304명의 북소리 공연으로 시작한 행사는 공연장을 가득 메울 만큼 많은 추모객들이 함께했다. 오후 4시부터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했지만 주최 측에서 나눠준 노란 우비를 입은 3000여명의 추모객들은 끝까지 함께했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무대에 올라 "비가 왜 안오나 했는데 어김없이 비가 내린다"며 "몇몇 사람들은 비가 오면 아이들의 눈물이라고 얘기한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의 외침과 절규를 바꿔줄 수 있는 우리들이 됐으면 좋겠다. 그날까지 우리 가족들도 최선을 다 하겠다"고 했다. 그는 "서로 격려하고 기억하며 참사의 진실이 드러나는 그 순간 모두가 증인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추모제에서는 사고 당시 단원고 3학년 학생이었던 양유진씨가 보컬로 있는 '기억밴드'가 나와 공연을 하기도 했다. 두번째 곡인 윤도현 밴드의 '흰수염고래'를 부를 땐 몇몇 시민들이 따라 불렀다.또 전국에서 모인 304명의 합창단이 무대에 올라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잊지 않을게' 노래도 불렀다. 이때 눈물을 흘리는 추모객들도 있었다. 추모제는 오후 5시께 마무리됐다.문제원 수습기자 nest2639@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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