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그사람]칸트가 마지막으로 마셨던 와인
칸트
'Es ist gut(좋다)'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가 남긴 마지막 말이다.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 등의 저작을 통해 후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대철학자가 여든의 나이에 남긴 유언치고는 간명하다. 칸트는 뭐가 좋았을까.12일은 칸트가 세상을 떠난 지 212년이 되는 날이다. 임종을 앞둔 칸트는 와인 한 잔을 청했다고 한다. 술로 목을 축인 그는 "Es ist gut"라고 속삭이고 영면했다. 그가 남긴 말의 의미가 와인이 맛있다고 한 것인지 아니면 그의 삶이 좋았다는 것인지 알 수는 없다. 다만 한스 할터가 쓴 '유언-역사를 움직인 157인의 마지막 한마디'를 보면 와인을 마신 칸트가 "맛이 좋구나"라고 했다고 해석하고 있다.칸트의 유언이 와인에 대한 평가였다고 가정한다면 그가 마지막으로 마시고 만족하며 'Es ist gut'라고 했던 와인은 무엇일까. 칸트는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삶을 산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평생 고향 쾨니히스베르크를 떠나지 않았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정해진 시간에 산책을 했기 때문에 쾨니히스베르크 시민들이 그의 산책을 보고 시계 시간을 맞췄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가 시간을 어긴 것은 장 자크 루소의 '에밀'을 읽다 산책에 나서야 한다는 것을 잊었던 날뿐이라고 한다. 칸트는 몸이 약했지만 규칙적인 생활 덕에 당시 평균 수명의 두 배에 달하는 80세까지 살았다. 평생을 규칙적으로 살았던 칸트가 임종 시에도 평소 마셨던 와인을 찾았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이탈리아 비타-살루테 산 라파엘레대학 철학부 교수 마시모 도나가 쓴 '디오니소스의 철학 세트'는 철학자와 술, 사상 등에 대한 책인데 "칸트는 식탁에서 맛있는 포도주를 즐겨 마셨다. 처음에는 레드와인을 마시다가 나중에는 화이트와인을 즐겼는데 그의 생애의 어떤 기간에는 식사할 때 둘을 번갈아서 마시기도 했다"고 소개하고 있다.그러면서 저자는 "그가 특별하게 좋아했던 포도주는 메독의 가벼운 레드와인으로 자신의 집을 방문한 손님들에게 권하기도 했다. 하지만 4분의 1리터 정도의 많지 않은 양을 마셨다. 그는 늘 포도주를 가까이 두고 살았으며, 레드와인이 그에게 너무 강하다 싶을 때에는 화이트와인을 옆에 두었다"고 썼다. 메독은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유명 와인 생산지며 대표적인 샤또로는 샤또 라피뜨 로쉴드(Lafite-Rothschild), 샤또 라뚜르(Latour), 샤또 마고(Margaux), 샤또 무똥 로쉴드(Mouton-Rothschild) 등이 있다. 칸트가 평생 벗어나지 않았던 쾨니히스베르크, 지금의 칼리닌그라드와 메독은 2000km 이상 떨어져 있다.하지만 이 책에는 칸트가 "생애의 마지막 동안에는 따뜻한 스프를 먹고 나서는 헝가리 포도주와 라인 포도주를 섞은 특별한 혼합물을 한 잔 들이켰다. 이 포도주들이 떨어졌을 때는 설탕이 들어간 레드와인과 오렌지 껍질로 만든 소량의 비숍을 마셨다고 한다"는 내용도 있다. 헝가리를 대표하는 와인은 토카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스위트 와인으로 주로 디저트와 곁들여 마신다. 라인 포도주는 독일 라인강 유역에서 나는 포도로 만들며 일반적으로 화이트 와인이 많다. 또 비숍은 오렌지와 설탕을 가미한 따뜻한 와인을 말한다. 이를 보면 노년의 칸트는 달콤한 와인을 즐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김철현 기자 kc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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