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까지 북미·유럽 공급
지난해 매출액 대비 8% 규모
中 배터리 영향력에 공세 나서
LG에너지솔루션이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에서 2조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계약을 따냈다. 지난달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회장의 방한 이후 첫 수주 성과다. 특히 이번 수주를 통해 기존 하이앤드 중심 공급에서 중저가 모델까지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럽과 글로벌 시장을 잠식해온 중국 배터리를 상대로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8일 메르세데스-벤츠 AG와 2조600억원 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매출 25조6196억원 대비 8%에 해당하는 규모다. 공급 지역은 북미와 유럽이고, 계약 기간은 2028년 3월1일부터 2035년 6월30일까지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약 내용에 대해선 "고객사와의 협의에 따라 공시 내용 외 추가적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계약은 지난해와 올해, 총 3차례의 대규모 배터리 공급 계약에 이은 추가 발표다. 두 회사가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한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이번 배터리 공급 계약을 두고 '중저가형 전기차 모델'에 탑재되는 배터리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지난달 메르세데스-벤츠는 2027년까지 글로벌 시장에 40종 이상의 신차를 출시하겠다는 대규모 전동화 전략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서는 프리미엄급 모델부터 엔트리급 모델에 이르는 다양한 세그먼트에 들어갈 배터리가 필요했다. 최근 양사가 진행한 총 3건의 대규모 공급계약이 모두 고성능 하이앤드급에 들어가는 원통형 46시리즈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계약은 중저가형을 모델용 배터리 공급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LG에너지솔루션의 공급계약에 대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중국 업체가 장악해가던 유럽 및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잃었던 점유율을 되찾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인 가격 전략, 현지 거점 마련 등 적극적인 공세로 K배터리의 유럽 배터리 시장 점유율이 조금씩 하락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이 대표적인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벤츠 공략'에 성공한 만큼 업계는 앞으로 유럽 및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은 지난달 LG그룹을 방문해 LG에너지솔루션, LG전자 등 그룹 내 주요 경영진과 만나 미래 전장사업 협력 강화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칼레니우스 회장은 "LG와 함께 메르세데스-벤츠는 혁신, 품질, 그리고 지속가능한 기반으로 한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며 "양사의 강점을 결합해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기준을 세워갈 차량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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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양사는 지난해와 올해 약 15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대규모 배터리 공급 계약을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북미 및 기타지역 내 총 50.5GWh, 올해 9월에는 미국과 유럽 지역 내 각각 75GWh, 32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을 체결했다. 당시 구체적 공급 제품 및 계약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46시리즈(지름 46㎜) 원통형 배터리로 추정하고 있으며 특히 닝더스다이(CATL), 파라시스 등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과 경쟁에서 46시리즈 기술력으로 이를 극복하고 거둔 수주 성과라는 평가를 받았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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