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마다 반복되는 암거래
진화하는 수법, 단속은 제자리
전문가들 “업무방해죄 성립 가능"
"현금영수증은 제 번호로 하고, 포인트 적립은 구매자분 번호로 해드립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백화점 우수고객(VIP) 선정 실적 부정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8일 온라인상에서 500만원 상당의 명품 구매 실적을 판매 금액의 5% 수준에 넘기겠다는 판매자에게 구매 의사를 밝히자 "구매하겠다는 분이 너무 많아 대기해야 한다"며 "앞선 거래가 파투(무산) 나면 다시 연락드리겠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백화점 VIP 제도는 연간 구매 금액에 따라 등급을 나누고 라운지 이용, 무료 주차,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롯데백화점은 이달 말까지,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말까지 적립된 금액을 기준으로 내년도 우수고객을 선정한다. 백화점마다 기준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연간 500만~1000만원 정도의 실적을 쌓아야 최하위 단계 VIP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실적이 부족한 고객과 고가 상품을 구매하면서 현금 할인을 노리는 판매자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부정 거래가 성행하는 구조다.
백화점 업계도 부정 적립을 막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A 백화점 관계자는 "결제 시 카드 명의자의 신분증을 대조해 본인 여부를 확인하고 있고, 중고거래 사이트도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부정 사용이 확인되면 내부 규정에 따라 제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단속망을 피하는 수법도 갈수록 치밀해지고 있다. 영수증을 주고받아 사후 적립하는 방식이 적발되기 쉬워지자 매장에서 직접 만나 판매자가 대신 결제하는 '현장 대리 결제' 방식까지 등장했다. 매장 안에서 이뤄지는 거래는 사실상 적발이 쉽지 않다는 점을 노린 수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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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백화점 실적 거래가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신민영 법무법인 호암 변호사는 "백화점 약관에서 부정 적립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이를 위반해 업무를 방해했다고 판단되면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장진환 단국대 로스쿨 교수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여지는 있다"면서도 "백화점이 이를 직접 입증하는 데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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