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도 탈당파도 '글쎄'…딜레마에 놓인 호남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야권분열의 열쇠를 쥐고 있는 호남이 딜레마(Dilemma)에 놓여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실망감도 여전하지만, 문 대표 체제에 반발해 당을 나온 탈당 의원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는 않기 때문이다.우선 호남은 사퇴를 요구하는 비주류에 맞서 '마이웨이'를 선언한 문 대표의 행보에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1~23일 실시한 정당지지도 조사(유권자 1535명, 응답률 7%,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5%)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의 호남 지지율은 31.7%로 33.4%를 기록한 '안철수 신당'에 1위를 내줬다.호남이 변심하자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세력의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이미 광주지역 현역의원 3명이 탈당한데 이어 30일 오후에는 전국호남향우회총연합회 현직임원 20명이 천정배 무소속 의원의 '국민회의'에 가담했다. 호남의 정치적 적자(嫡子)인 동교동계도 1월 초·중순께 탈당을 결행할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호남은 탈당세력에게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내홍 속에서 탈당한 의원들에 대해서는 '교체'를 원하는 민심이 거세게 불고 있다.29일 광주지역 시민단체인 참여자치21이 데일리리서치에 의뢰해 발표한 탈당 국회의원 5명 평가(유권자 2400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0%)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4%는 거주지역의 현역의원이 내년 4월 총선에서 '교체되길 바란다'고 답했다. 특히 안철수 무소속 의원에 이어 탈당을 결행한 임내현·김동철 의원의 지역구(북구을·광산구갑)는 각각 9.5%, 18.9%만이 '한 번 더 하기를 바란다'고 응답했다.앞서 지난 10월 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호남 응답자의 58.4%는 현역의원 교체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호남은 문 대표는 물론 탈당 의원들에게도 실망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세(勢)불리기를 위해 탈당의원을 규합 중인 안철수 신당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이를 의식한 듯 안철수 신당 측은 탈당이 곧 공천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안 의원은 "저를 포함해 누구에게도 기득권은 없다"고 강조했다.

정치경제부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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