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감성이 살아 있는지 알아보는 방법이 있다. 일단 두 눈을 감아보자. 잠시 마음을 정돈하자. 그리고 '첫눈'을 생각해보자. 무엇이 떠오르는가. 달달한 첫사랑의 추억, 가슴 짜릿한 고백이 먼저 생각난다면 당신은 '청춘 감성'의 소유자다. 미끄러운 도로, 혼잡한 지하철이 먼저 생각난다면 당신의 감성은 위로가 필요하다. 무미건조한 일상을 변화시킬 방법은 '설렘'이다. 누구나 경험했던, 하지만 한동안 잊고 지냈던 그 기분을 되살리는 게 중요하다. 두근거리는 심장의 떨림을 언제 마지막으로 느껴봤는가. 너무 오래전 일인가. 그래도 관계없다. 가슴속 깊이 잠들어있던 그것을 깨우면 된다. 마침 기회가 찾아왔다. 11월23일은 '소설(小雪)'이다. 24절기 중 20번째 절기로 이날 첫눈이 내린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날은 비록 첫눈을 경험하지 못했지만, 늦가을 빗줄기가 거리를 촉촉하게 적셨다. 다행인 것은 첫눈을 보게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르면 11월25일 또는 26일 첫눈이 내릴 수도 있다. 서울의 첫눈, 그 기준은 무엇일까. 서울 종로구 송월동 기상관측소에서 관찰되는 게 기준이다. 이게 좀 애매하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거리를 하얗게 뒤덮는 눈만 첫눈은 아니다. 잠시 흩뿌리는 수준으로 내려 바닥에 쌓이지는 않아도 첫눈은 첫눈이다. 지난해 송월동에서 첫눈이 관찰된 시점은 11월14일이다. 공식적으로는 이때가 첫눈이 내린 날이지만, 첫눈을 인지하지 못한 사람이 훨씬 많았다. 그래서 '첫눈이 내릴 때 고백해야지'라는 다짐은 생각보다 어려운 실천이다. 어렸을 적 친했던 친구들과 이런 약속을 한 적이 있지 않은가. "우리 스무 살 첫눈이 내릴 때 다시 만나자." 감성 충만했던 그 시절 약속을 실천하는 것도 말처럼 쉽지가 않다. 저마다 첫눈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TV 뉴스에 나온 '첫눈 소식(아마도 송월동 관측소 기준)'에 주목하고, 다른 누군가는 길가를 하얗게 뒤덮는 시점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약속은 깨질 확률이 높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할 방법이 없지는 않다. 첫눈이 서울 거리 곳곳을 하얗게 뒤덮을 정도로 제대로 내린다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된다. 올해 서울의 첫눈은 어떤 모습일까. 기대 반, 설렘 반의 심정으로 어떤 이벤트를 준비해보는 것은 어떨까. 신사동 가로수 길이나 서래마을 카페거리에서 누군가와의 만남을 준비해보자. 그곳에서 첫눈을 맞이한다면 오랜 시간 잠들어있던 청춘 감성도 되살아나지 않을까. 류정민 사회부 차장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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