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공포가 확산되던 지난 5월 말 홍콩에서 "한국인 격리 대상자 가운데 여성 2명이 격리 요구를 거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해당 소식을 접하자 떠들썩해진 인터넷. "여자들이란 게 다 그렇지. 자기만 알아", "김치녀들 때문에 다 죽게 생겼네", "국제 망신", "이기적인 X들" 등등 한국여성이 맹비난 받습니다.하지만 이틀후인 6월 1일. "격리 요구 거부는 영어로 대화하다 생긴 오해였을 뿐"이라며 이 소식이 결국 오보로 밝혀집니다. 많은 여성들이 무조건 여성을 무개념으로 보는 데 분노했고 남성 네티즌은 이 같은 분노를 보고도 코웃음 쳤습니다.한 네티즌은 거세게 대항하는 여성들을 보고 "마치'이갈리아의 딸들' 같다"고 놀렸죠. '이갈리아의 딸들'은 남녀의 성역할을 바꾼 풍자소설입니다. 소설 속에서 여성들은 억센 어부로, 남성들은 숨죽인 채 살아가는 순종적인 존재로 그려집니다.그렇게 ‘메갈리아’가 사이트가 탄생하게 됩니다. '메갈리아'는 '메르스'와 '이갈리아의 딸들'이 합해진 말입니다. 후에 페미니스트 남성을 포함한 중성 표현 ‘메갈리안’으로 바뀌었습니다.메갈리안들이 사회 편견과 억압을 뚫기 위해 손에 든 무기는 '미러링(mirroring)'. "받은 만큼 되돌려준다"는 콘셉트입니다. 마초성향의 극우 사이트 '일베' 회원들이 쓰는 말들을 정반대로 돌려 사용하죠. 예를 들어 김치녀(허영심 많은 한국여자)는 씹치남(깡마르고 별볼일 없는 남자)으로, 한남또(‘한국남자가 또’ 일을 저질렀다)는 삼일한(여자는 삼일에 한번씩 패야한다)으로 맞받아치는 식입니다.일베와 행동방식도 비슷합니다. 손모양 인증, 저격, 고발, 여론조작 등을 시도하고 있죠.사실 '미러링'이라는 개념이 애매하긴 합니다. '여성혐오의 혐오'도 남성혐오와 같은 건 아니죠. 일부는 이들의 과격함을 나무랍니다. 미운 사람이 있다고 그대로 따라하는 건 그들과 다를 바 없다고 비난합니다. 또 엉뚱한 피해자도 다수 생겼습니다.하지만 한 사람의 주체로서 살아가기 힘든 이 나라에서, 사회적 약자는 그저 가만히 있길 바라는 이 나라에서 생겨난 변종이라면 서글프지 않을런지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이진경 디자이너 leejee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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