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카자흐스탄이 20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변동환율제를 도입하면서 현지 외환시장이 극도의 혼란을 보이고 있다.이날 카자흐스탄 텡게화는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오전 현지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텡게화 가치는 전일 대비 23%나 하락해 달러당 256.98텡게까지 떨어졌다. 전날 카자흐스탄 중앙은행이 발표한 기준환율 달러당 188.35텡게와 비교하면 텡게화 가치가 30% 이상 떨어진 셈이다. 중앙아시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카자흐스탄은 지난해부터 상당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제유가가 연일 하락세를 보이는데다 주요 교역국인 러시아 경제가 침체에 빠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기마저 불안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러시아 루블화가 급락하고 지난주 중국이 위안화를 대폭 평가절하하면서 카자흐스탄도 자국 통화 평가절하에 대한 압력이 커지던 상황이었다. 이에 카자흐스탄은 전격적인 변동환율제 채택을 선택했다. 카림 마시모프 카자흐스탄 총리는 이날 "정부와 중앙은행은 기존의 환율변동폭 제한을 폐지하고 오늘부터 변동환율제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마시모프 총리는 변동환율제 도입에 대해 세계 경제환경 급변 속에 안정적인 성장과 물가안정 등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카자흐스탄 중앙은행 총재는 안정성이 위협받을 때만 중앙은행의 개입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카자흐스탄은 그동안 당국이 외환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었다. 중앙은행이 기준환율을 고시하면 시중은행은 당국이 정한 기준과 변동폭 내에서만 자체적인 환율을 정하는 식이다. 전날의 경우 중앙은행이 제시한 기준환율은 달러당 188.35텡케, 변동폭은 170~198텡게였다. 하지만 시중 은행들은 중앙은행이 제시한 변동폭보다 텡게화 가치를 더 떨어뜨려 달러당 최대 198.6텡게에 환율을 고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당국이 사전 통보없이 변동환율제를 도입하면서 현지 외환시장이 극도의 혼란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텡게화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현재 카자흐스탄 시중에서는 모든 달러 환전이 중지됐다. 다만 환전소들은 일부 고객들에게 달러당 270 텡게선에서 환전을 해주는 것으로 전해졌다.박병희 기자 nu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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