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차고지 매입·주차장 관련 소송에서 특혜성 압력...반대 공무원 좌천 인사 개입 의혹도
서울시의회는 23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서울시가 제출한 대중교통요금 인상안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지난 2012년 서울시 공무원들은 한 시의원의 갑작스런 호출을 받고 달려갔다가 혼쭐이 났다. 2004년 버스준공영제 도입 때 시내버스 회사들과 체결한 협약에 따라 서초구 염곡동 302 소재 버스 차고지 매입을 추진 중이었는데, "예비비를 동원해 조속히 매입 절차를 진행하라"고 강하게 압박을 한 것이다. 정상적인 절차와 요구가 아니었지만 묵묵히 호통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자녀 채용 청탁 등으로 물의를 빚은 국회의원들에 이어 지방자치단체 의회도 '슈퍼 갑질' 논란 대열에 끼어들었다. 서울시의회 의원들이 특정인에게 특혜를 주라고 공무원을 다그치는가 하면 이에 저항한 공무원을 좌천시키도록 인사에 간여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20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차고지 매입에 시의원이 적극 간여했다. A의원은 매입에 쓸 수 없는 예비비를 차고지 구입에 쓰라고 강요했다. 시는 이에 당시 행정안전부에서 "위법이므로 불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받아내 제시한 후에야 A의원의 잇단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A의원은 이후 다른 요구를 내놓았다. 노골적으로 '값을 더 쳐줘라'고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가 매입하려는 차고지는 토지 9371㎡, 건물 1925㎡ 등으로 예상가격은 936억원에 달했고, 담당 공무원들은 차고지 주인과의 협상에서 감정평가액의 3~5%에 해당 하는 금액을 깎아 사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일을 추진했다. A의원은 공무원들에게 "왜 매입 가격을 낮추려고 하느냐"며 심하게 질책을 했다. 공무원들은 "다른 사례에서도 감정평가액을 그대로 다 준 적은 없고 예산을 최대한 줄이는 게 좋겠다"고 설득하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는 공무원들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자 그 자리에서 시장 비서실장에게 전화해 "시장과 면담을 잡아달라"며 압력을 가했다. 하지만 당시 박원순 시장은 담당 공무원들의 보고를 듣고 "원칙대로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시는 해당 차고지를 결국 예상 가격보다 83억원 줄여 매입했다.최근 서울시와 D건설사간 소송 과정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시는 지난 2001년 중구 신당동 251-7 일대에 D건설사와 함께 민간투자방식(기부채납 후 일정기간 무상사용)으로 지하주차장을 건설했다. 이 와중에 지상 상가 인허가의 적법성 여부를 둘러 싸고 감사원 감사ㆍ행정심판 등이 벌어지면서 공기가 4년7개월간 연장된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이에 D건설사는 공사가 지연된 기간만큼 무상 사용 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요구하며 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안에 대해 B의원은 공무원들에게 "D건설사의 요구를 수용해달라"고 수차례 압박을 가했다. 시와 D건설사는 1심에서 2년6개월의 법원 조정안에 합의한 바 있다. 또 D건설사가 당초 불법인 주차장 지상 상가 인허가를 받으면서 로비 등 불법 행위를 해 공기 연장의 원인을 제공하는 등 귀책사유를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해당 시의원의 압박은 집요했다. 결국 그의 의도대로 D건설사와 시는 법원 조정안보다 6개월이 더 늘어난 3년2개월의 무상사용에 합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D건설사 입장에선 이로 인해 6개월간의 임대료 수익 수십억원을 더 거둘 수 있게 됐다. 지난 7월 시의 고위급 인사에서도 시의원의 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일부 시의원들이 나서 평소 시의회와 의견이 맞섰던 한 인사의 주요 보직 내정을 취소시킨 뒤 외곽으로 발령내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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