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초희기자
왼쪽부터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신 전 부회장, 아버지의 의중이 자신에게 있다는 내용의 신격호 총괄회장 육성공개 신격호 셋째 동생 신선호 사장 "신 총괄회장 후계자는 신동주"한일롯데 신 전부회장에게 가나…롯데그룹의 운명은?[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롯데그룹 '왕자의 난' 사태를 좌우할 최대의 변수로 점쳐졌던 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중이 장남에게 쏠렸다는 육성이 공개되면서 그룹의 운명이 한치 앞을 알 수 없게 됐다.그 간 아버지의 뜻으로 '포스트 신격호'는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으로 공식화됐던 것이 완전히 무너지게 됐기 때문이다.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 안내장이 발송되면서 중대 분수령이 될 이사회가 곧 열릴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롯데그룹의 미래도 장남과 차남 중 누가 선택되느냐에 따라 180도로 뒤바뀔 것으로 보인다.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해임했다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육성이 공개됐다. KBS는 지난 31일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제공한 파일이라며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신 총괄회장의 목소리가 담긴 육성 파일을 공개했다. 공개된 육성에서 신 총괄회장은 "츠쿠다(츠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가 무슨 일을 하고 있냐"고 묻자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사장을 맡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신 총괄 회장은 "그만두게 했잖아, 강제로 그만둬야지"라고 말했다.그는 이어 "아키오(신동빈 회장)도 그만두게 했잖아"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신 전 부회장은 "아직 안 그만뒀습니다"고 답했다. 이에 신 총괄회장은 "너는 가만히 있을 것이냐"고 말했다. 이는 신 전 부회장이 앞서 인터뷰를 통해 공개했던 신 회장의 해임은 아버지의 결정이라는 말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또 신 총괄회장의 차남에 대한 분노가 얼마나 심한지도 드러나는 내용이다. 이날 육성은 지난달 30일 오후 2시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집무실이 있는 롯데호텔 34층에서 주위를 물리친 채 둘만 대화한 내용이다. 한국 롯데그룹은 즉각 반박 자료를 내고 "경영권과 전혀 관련 없는 분들에 의해 차단된 가운데 만들어진 녹취라 그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반발했다. 이어 "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중이 경영 전반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도 상법상 원칙을 벗어난 의사결정까지 인정될 수는 없다고"고 덧붙였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의 육성이 장남에게 있음으로 보여줌에 따라 일본 롯데홀딩스의 이사들과 신 회장편으로 알려진 광윤사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신 회장이 일본에서 세 결집에 나서 이사회를 장악했지만 여전히 신 총괄회장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롯데=신격호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기 때문에 신 회장 쪽에 선 이사회가 마음을 돌릴 수도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최악의 경우 신 회장은 고원무립의 처지에 놓이게 된다.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를 장악한 신 회장에 대항하기 위해 신 총괄회장의 의중을 확실하게 보여줘 주주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는 전략이 통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향후 롯데그룹의 운명도 어떻게 뒤바뀌게 될 지 알 수 없게 된다. 신 총괄회장의 마음이 차남을 완전히 버렸다면 한국 롯데 역시 신 전 부회장에게 갈 수도 있어서다. 이렇게 되면 대대적인 피바람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신 총괄회장의 셋째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 식품회사 사장 등 일부 친족들이 '신격호의 후계자는 신동주'라고 공언했다. 신 사장은 전일 부친의 제사에 참석하기 위해 신 전 부회장 자택에 들어서면서 취재진에 "(신 총괄회장이) 동주가 경영권을 가져가는 것에 대한 의견이 한번도 바뀐 적이 없다. 차남에게 경영권을 탈취당한 것으로 여긴다"고 말했다.앞서 신 전 부회장은 같은날 KBS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한국 롯데그룹 회장으로 임명하고, 차남을 후계자로 승인한 사실이 없다는 내용의 7월17일자 문서를 공개했다. 지난 15일 신동빈 회장이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취임한 지 이틀만에 만들어진 문서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의 귀국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일본에 체류하면서 롯데홀딩스 이사 및 주주에 주력하고 있는 신 회장은 내주 월요일쯤 귀국할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의 운명도 다음주 서서히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