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야외마당에 설치된 작품 '지붕감각'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미술관 야외마당에 '갈대발'을 재료로 한 대형 작품이 설치됐다. 커다란 갈대발들이 서로 엮어져 위에서 아래로 U자 곡선을 이뤄내는 모양이 7차례 이어진다. 이렇게 갈대발로 만든 지붕 아래로 소나무 껍질이 깔렸다. 주변으로 조그만 언덕들이 군데군데 보인다. 이곳에서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하거나, 가벼운 산책을 하는 이들에게 갈대발은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사이사이로 스며드는 햇살과 함께 마치 숲에 온 기분을 느끼게 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발의 움직임, 작게 서걱거리는 소리가 선사한 자연의 감각이다.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마당에 세워진 '지붕감각'이다. 부부 건축가팀(이치훈, 강예린)인 SoA가 제작한 작품이다. 이는 주름지고 과장된 지붕을 통해 전통적으로 지붕이 깨워내던 감각을 다시 질문하는 작업이다. SoA의 이치훈 건축가(35)는 이번 작품에 대해 "문화적이면서 도시적인 관점에서 고민하려 했다. 건축물이 지닌 입지는 경복궁과 북촌 사이에 자리하는 미술관 야외마당이다. 주변의 전통적 요소는 한옥 지붕을 연상케 했다. 소격동이 지닌 도시경관의 일부이면서,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려고 했다. 햇볕을 가리고, 비를 흘려 보내주는 기능과 기와의 곡선의 모양 등을 떠올렸다"고 했다.
작품 앞에선 작가팀 SOA(이치훈, 강예린, 왼쪽부터).
지붕 감각 설치 모형
이번 작품은 위에서 바라볼 때 동그란 형태를 갖는다. 여기서 원의 지름은 25m다.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 볼 때는 유선형으로 여러 곡선이 물결친다. 구조물의 높이는 10.7m다. 이 건축가는 "자연적인 재료들을 고민한 끝에 갈대발을 선택했다. 마당과 적당한 크기로 구성했고, 갈대발이 쳐져 있는 높이의 정도를 공학적으로 맞추기 위해 신경 썼다"며 "사람들이 드문 아침 시각, 숲에 들어오는 듯한 감상으로 지붕감각을 느껴보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지붕감각'은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8-젊은 건축가 프로그램(YAP)' 공모전에서 최종 선정된 작품이다. 국립현대미술관과 현대카드, 뉴욕현대미술관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작년에 이어 국내에선 두 번째로 열린 프로그램이다. YAP는 뉴욕현대미술관이 젊은 건축가를 발굴하고, 그들에게 프로젝트의 기회를 주기 위해 매년 개최하는 공모전으로, 1998년 시작해 2010년부터 칠레, 이탈리아, 터키로 확장되고 있다. 이번 공모전 결과는 오는 9월 3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마당을 비롯, 제 8전시실에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제 8전시실에서는 최종 선정된 SoA를 비롯, 최종 후보군에 오른 ‘국형걸, 네임리스 건축(나은중, 유소래), 씨티알플롯(오상훈, 주순탁), 건축사사무소 노션(김민석, 박현진)+빅터 장’의 작품이 도면, 드로잉, 스케치, 모형, 영상 등으로 소개된다. 국내에서 1차로 추천받은 건축가들과 올해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국제 파트너 기관들의 우승작과 최종후보작도 사진과 드로잉을 통해 전시된다.YAP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하는 피포쵸라(Pippo Ciorra, 로마 막시 건축 선임 큐레이터)는 "모두 색다르면서도 발명가적인 방식으로 건축의 영역을 넓힌 작품들이 많이 나왔다"며 "지붕감각은 도심에 사는 시민들에게 새롭게 개방한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했다. 한편 SoA는 연세대학교 건축학과 졸업한 이치훈과 지리학 건축을 공부한 강예린에 의해 2010년 설립된 건축가 그룹이다. 도시와 건축의 사회적인 조건에 관한 분석을 통해 다양한 스케일의 구축환경에 대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1년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에 ‘피처링 세운상가’로 참여했고, 2012년 이태리 국립현대미술관(MAXXI) ‘Shape Your Life’ 전시에 초대된 바 있다. 현재 한국 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건축과에 출강하고 있으며 최근 아르코미술관 ‘즐거운 나의 집’ 전, '남가좌동 다세대주택', '우포자연도서관' 프로젝트 등을 진행했으며, 저서로 '도서관 산책자'가 있다. 최근 SoA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연 지드래곤과의 협업 전시에서 미술관 계단에 아시바를 활용한 설치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아시바는 화려한 대중스타들의 무대 뒤 이면을 상징하는 의미를 갖는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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