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수 여신금융협회장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확산으로 저성장 국면에 놓인 우리 경제가 또 한 번의 위기를 맞고 있다. 게다가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까지 있어 금융시장의 불안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저금리 정책과 가계부채 증가로 성장성과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금융권으로서는 마땅한 수익사업 발굴도 쉽지 않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이 지난 15일 금융규제개혁 추진회의를 개최하여 규제 합리화 기준에 따라 금융규제 전체를 하나하나 점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그동안 금융당국이 수십여 차례의 현장점검을 통해 내놓은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금융권은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이번에 내놓은 규제합리화 기준은 ◇사전 규제 대신 사후 책임강화 ◇글로벌 기준에 부합한 선진사례 벤치마킹 ◇온라인 시대에 적합한 규제 전환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부가가치비중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6%에도 못 미치고 있어 금융규제개혁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금융규제개혁은 우리 경제가 도약하느냐 후퇴하느냐를 결정하는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전자상거래업체인 페이팔과 중국의 알리페이, E-커머스업체인 구글, 아마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업체인 페이스북이 우리 금융시장을 비웃기라도 하듯 온라인과 오프라인까지 영업망을 넓히고 있다. 이들 기업들의 공통점은 전통적인 금융거래방식에 염증을 느낀 금융소비자의 니즈(needs)를 찾아 그에 맞는 플랫폼이나 간편결제방식을 제공함으로써 금융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는 핀테크(금융+기술)기업이라는 점이다.다소 늦었지만 금융당국이 핀테크산업의 활성화를 계기로 금융의 부가가치를 제고하고 창조경제의 효자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개혁을 과감히 실행에 옮긴 것은 매우 바람직하고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삼십여년 이상을 공직에서 보낸 경험을 갖고 있다. 규제를 만들고 없애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다. 규제정책이 사회적, 경제적 비용을 수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금융규제개혁 합리화 기준이 금융권으로부터 설득력을 얻는 것도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하는 금융당국의 확고한 의지가 반영되어서라고 본다. 행정지도나 모범규준과 같은 그림자 규제를 철폐하고 제반 수수료 등의 시장가격에 일체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한 가지 우려스러운 점은 이 같은 금융당국의 의지가 입법과정 등에 그대로 반영될 수 있을지 하는 의문이다. 그동안 정치권으로부터 수수료 인하 등 시장가격 개입에 대한 요구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기 때문이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은 시장규율의 심판자로서 금융질서와 소비자보호에 필요한 최소한의 룰만 적용해야 한다. 금융권 역시 플레이어로서 정해진 룰을 준수하고 비신사적 행위로 인해 퇴장하는 모습을 보여서도 안 될 것이다. 이제 금융규제개혁의 성공 여부는 금융규제개혁 합리화 기준에 따라 법령정비가 완료되는 시점까지의 골든타임에 달려 있다. 작년 우리는 세월호라는 복병을 만나 금융규제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말았다. 올해 역시 메르스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 금융규제개혁의 골든타임이 위협받고 있다. 이번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면 금융산업의 부가가치 제고는 물론 우리 경제의 회복도, 도약도 장담할 수 없다. 금융규제개혁의 골든타임을 위해 금융당국, 정치권, 금융권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김근수 여신금융협회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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